“대만과의 경기에서는, 제 역할이 가장 부족해서 팀이 졌다고 생각합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의 박혜진이 21일(한국시간) 카자흐스탄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대승으로 장식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박혜진은 “제가 잘하면 팀이 이긴다고 생각하고 제 자신부터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연장 접전 끝에 85대 87로 졌다. 여자프로농구(WKBL)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박혜진이 이 경기 연장쿼터 마지막 공격을 책임졌다. 마지막 순간 3점슛을 던졌지만 빗나갔다.
대만과의 경기에서 실패했던 버저비터 3점슛을 박혜진은 이날 성공시켰다. 이번엔 3점슛 라인이 아닌 하프라인 뒤에서 던진 것이었다. 1쿼터 종료 직전 박혜진이 길게 던진 공은 백보드에 맞은 뒤 골망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바스켓홀이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찼다.
박혜진은 “손을 떠날 때부터, 들어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꼭 넣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플레이였음은 분명하다. 박혜진은 “시간이 없어서 ‘던져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날아가는 볼을 보니 들어갈 것 같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만전 이후 심기일전한 박혜진은 22분간 출전해 13득점 10어시스트의 ‘더블 더블’ 활약을 펼쳤다. 박혜진은 “오늘 경기를 뛰며 활발하게 하는 모습을 찾았다”고 말했다. 어시스트의 상당수는 북측 선수인 노숙영을 향한 패스였다. 박혜진은 “가면 갈수록 호흡이 더욱 잘 맞아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는 박지수가 합류하는 상황을 반겼다. 박혜진은 “골밑 싸움을 대등하게 가면 더 좋지 않을까 싶고, 외곽에서도 키 큰 선수가 안에 있으면 더 맘 편히 슛을 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