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여자농구 단일팀 이문규 감독 “우린 마치, 자매 같다”

입력 2018-08-21 15:28 수정 2018-08-21 16:06
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X조 최종전에서 28점 차이로 완승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코트를 떠나고 있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이문규 감독이 지휘하는 남북 여자농구 단일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포츠 콤플렉스 농구장에서 벌어진 조별리그 X조 4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85대 57로 대파했다.

신장 열세 속에서 리바운드를 3개나 더 잡았다. 더 달리고 더 도약했다. 마지막 쿼터로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은 투혼으로 채웠다. 그렇게 토너먼트 8강행을 이미 확정한 조별리그를 2위로 완주했다.

이 감독은 “2차전 패배로 분위기가 침체됐지만 다행히 전날 승리를 거뒀다”며 “수비를 주문하고 있다. 4강, 결승까지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1차전에서 개최국 인도네시아에 104대 65의 대승을 거뒀지만, 2차전에서 같은 조의 강자 대만에 연장 접전 끝에 85대 87로 분패했다. 3차전에서 인도를 상대로 104대 54의 50점차 대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이제 토너먼트 라운드를 구상해야 한다. 경기마다 다음 라운드 진출자와 탈락자가 결정되는 단판승부다. 남·북한을 하나로 만든 단일팀에서 각각 다르게 훈련된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이 감독은 “훈련과 연습게임을 통해 많이 익숙해져 조합은 잘 이뤄지지 않나 생각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며 “수비가 돼야 리바운드 싸움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센터인 신장 198㎝의 박지수를 기다리고 있다. 이 감독은 “박지수의 소속팀 시합이 끝났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합류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지난 20일 소속팀의 모든 경기를 마쳤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해 아시안게임 출전은 가능해졌다.

박지수가 합류할 경우 북측에서 합류한 노숙영과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지도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이 감독에게 놓인 과제다. 이 감독은 “박지수에겐 키가 있다. 전진보다는 안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노숙영은 안팎에서 모두 강하다. (박지수)와 서로 하이로를 번갈아 하는 농구를 펼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세 종목에 구성된 단일팀 중 유일하게 구기종목인 농구를 지휘하고 있다. 관심이 높은 만큼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북돋고 있다. 그래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남북한의 농구 팬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이 감독은 “응원해주길 바란다. (북한과의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아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며 ”주변의 의구심이 우리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어차피 부담감은 안고 가는 것이지만 그 밖의 문제들로 신경을 쓰게 된다. 선수들 모두가 뭉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팀을 “마치 자매 같다”고 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