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을 위해 코트 중앙에 선 코리아의 최은실은 180㎝, 카자흐스탄의 콘드라코바 나데츠다는 192㎝였다. 182㎝의 노숙영이 센터를 맡는 한국은 대부분의 매치업에서 자신보다 신장이 큰 선수를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었다.
코리아는 21일(한국시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바스켓홀에서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조별리그 X조 4차전에서 85대 57로 완승했다. 박혜진 박지현 강이슬 최은실 노숙영이 스타팅으로 나선 남북 단일팀 코리아는 1쿼터 초반부터 속공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수비할 때에는 기합을 넣으며 상대보다 한발 더 움직였다. 키가 더 큰 카자흐스탄 선수들을 상대로 3개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골밑으로 달려 들어가는 노숙영에게 박혜진이 좋은 패스를 건네주며 코리아의 득점 쇼는 시작됐다. 노숙영은 경기 초반 7-0으로 앞서나갈 때 7득점을 모두 기록했다. 노숙영은 크로스오버와 스텝백 등 여러 화려한 기술을 선보였다. 자신보다 신장이 큰 애나 뷔노쿠로바의 오른쪽을 파고들며 머리 위로 리버스 레이업을 성공시키는 장면엔 경기장 내 탄성이 터졌다.
팀의 막내 박지현은 앞선에서부터 연이은 가로채기와 1인 속공을 성공시켰다. 코리아가 ‘달려’라고 소리친 뒤 속공을 성공시키면 카자흐스탄 선수들은 자신들끼리 얼굴을 쳐다보면서 화를 냈다. 1쿼터 종료 순간엔 박혜진이 하프라인 뒤에서 길게 공을 던졌다. 백보드에 맞은 공이 깨끗하게 림을 통과하자 GBK 바스켓홀은 관중의 함성에 휩싸였다.
코리아는 2쿼터에는 장미경 박하나 임영희 김한별 김소담으로 완전히 라인업을 바꿨다. 경기 초반 박혜진과 노숙영이 좋은 콤비 플레이를 펼쳤다면, 장미경은 김한별과 호흡이 잘 맞았다. 장미경이 노룩 패스로 건넨 공을 받아 김한별이 득점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돌파한 뒤 상대 선수의 반칙에 쓰러져 장미경의 유니폼이 지저분해지자, 자유투를 던지는 그의 뒤로 맏언니 임영희가 다가가 털어 주는 장면도 있었다.
47-29로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에도 긴장을 풀지 않고 플레이했다. 공격할 때나 수비할 때나 제자리에 서 있는 선수가 없었다. 노숙영은 광고판을 넘어뜨리며 쓰러질 정도로 허슬 플레이를 펼쳤다. 박하나는 스텝 한 번으로 상대 선수를 속여 넘어뜨린 뒤 레이업을 성공시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카자흐스탄은 코리아(13개)의 2배를 넘는 실책(29개)으로 자멸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