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시스 산체스(30)가 부진의 늪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잉글랜드 아스날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50만5000파운드(약 7억원)의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급에 걸맞지 않은 활약이다. 이는 지난 시즌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친 토트넘의 해리 케인과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를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산체스는 조국 칠레가 남미 지역예선에서 탈락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그만큼 체력적으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해 시즌 초반기 상승세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됐다. 프리시즌 투어에서도 준수한 모습을 보이며 그를 향한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빼어난 결정력과 활동량을 보여줬다.
하지만 산체스는 개막전 부진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당하며 20일(이하 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언전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만 조세 무리뉴 감독은 “검진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큰일은 아니다. 일주일에서 최대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이날 경기에서 맨유는 산체스가 빠진 채 2대 3으로 아쉽게 패했다. 지난 시즌 막판에 이어 브라이턴에게 굴욕의 2연패를 당했다. 첫 맞대결을 펼쳤던 1909년 이후 맨유가 브라이턴에 3골을 내주며 진 것이 처음이라 알려지며 더한 충격을 줬다. 산체스 대신 출격한 앤서니 마샬(24)는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마샬은 프리시즌투어에서 여자친구의 출산으로 팀을 이탈했다 정상적으로 복귀하지 않은 등 그라운드 외적인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는 무리뉴 감독의 눈 밖에서 벗어나며 유력한 방출 후보로도 꼽혔다. 그러한 외적인 문제는 그라운드에서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비록 지난 11일 레스터시티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산체스지만, 마샬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그의 부재가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산체스는 레스터시티를 상대로 단 한 개의 슛만 기록 하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무리한 동작으로 팀의 공격 전개를 끊는 모습을 나타냈다.
산체스의 부진에도 그가 대체불가한 맨유의 핵심 자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맨유는 데이비드 베컴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거쳐갔던 팀의 상징적인 ‘7번’을 조금의 망설임 없이 산체스에게 내줬다. 산체스를 향한 맨유와 무리뉴 감독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산체스는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맨유 유니폼을 입은 직후 리그에서 2골 3도움만을 기록하며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2년차와 3년차는 무리뉴 감독에게 굉장히 상징적인 해다. 감독 지휘봉을 잡은 후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2년차와 언제 그랬냐는 듯 성공가도를 달렸던 팀이 곧바로 추락하는 3년차를 뜻한다. 이미 지난 시즌을 단 한 개의 트로피도 없이 무관으로 마치며 그의 2년차 징크스는 깨졌다.
다음은 3년차 징크스다. 무리뉴 감독의 3년차에서 산체스의 활약은 무척 중요하다. 맨유에는 유일하게 팀 내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크랙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