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한국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숙제가 주어졌다. 공격진의 흐름을 끌어올려 수비 일변도로 나오는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야 하는 점이다. 아시아 무대에서만큼은 영원한 우승후보인 한국을 상대로 상대팀 대부분은 수비 전술을 들고 나오고 있다.
한국은 20일 밤 9시(이하 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간신히 1대 0 승리를 거뒀다. 키르기스스탄은 라인을 잔뜩 끌어내려 5백으로 나서며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 예견된 바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훨씬 약체인 팀들이 강팀을 잡기 위해 활용하는 보편적 방식이다.
김 감독은 2경기 4골을 몰아친 황의조를 최전방에, ‘캡틴’ 손흥민과 황인범, 나상호를 2선에 위치시키며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최정예 선수들을 소집하며 지난 말레이시아에게 당한 패배의 치욕을 씻겠단 의지가 돋보였다. 특히 황의조는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 속에 지난 15일 바레인 전부터 2~3일 간격으로 모두 선발 출전했다.
예상대로 한국이 대부분의 볼 점유율을 가쳐간 채 일방적인 경기양상이 진행됐다. 한국은 전반전에만 14회의 슈팅을 퍼부으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정작 위협적인 장면은 없었다. 상대의 단단한 밀집수비를 뚫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격진들의 불운 속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국은 ‘에이스’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손흥민은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발리 슈팅으로 깔끔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한국은 손흥민의 천금 같은 결승골을 지켜내는데 성공하며 힘겨운 승리를 거두게 됐다.
앞서 한국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전에서에도 상대의 끈질긴 측면 역습에 고전한 바 있다. 한국 수비진들은 빠른 발을 가진 상대 오른쪽 측면 공격수 무함마드 사파위 라시드의 뒷공간 침투에 계속해서 휘둘렸다. 그와 함께 공격진에서 합을 맞춘 무함마드 아키야르 압둘 라시드 역시 번뜩이는 슈팅으로 번번이 송범근이 지키는 골문을 노렸다. 전반 한국 수비진이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2골을 실점했다.
말레이시아는 2골차 리드를 가져가는 와중에도 거센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중앙밀집 형태의 단단한 수비운영을 선보이며 김 감독의 스리백 빌드업을 방해했다. 결국 촘촘하게 간격을 유지하며 침대축구도 불사한 말레이시아 수비진들을 뚫어내지 못했다. 결국 경기 내내 2점 차로 끌려가다 정규시간 종료 2분 전 터진 황의조의 만회골로 간신히 영패를 면했다.
키르키스스탄 승리로 한국은 E조 2위로 16강에 진출, F조 1위 이란과 경기를 갖는다. 조별예선 통과에 성공했지만 기뻐할 순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거둘 수 있는 성공의 경우의 수는 단 하나, 오직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뿐이다.
이번 조별예선에서 말레이시아와 키르기스스탄이 준 교훈은 확실하다. 16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김 감독 체제 하에 단 한 번의 실전 경기도 치르지 못한 불안한 조직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번만 미끄러지면 곧바로 벼랑 끝으로 추락하는 토너먼트에 돌입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다음 상대 이란은 A대표팀 만큼은 아니지만 앞서 상대했던 말레이시아와 키르기스스탄과 비교해 봤을 때 훨씬 막강한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두 번의 조별예선 경기에서 보여준 아쉬운 공격전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감독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올지는 23일 밤 9시 30분 확인할 수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