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속도가 정상보다 느린 노인들의 사망률이 2.5배, 요양병원 입원율은 1.6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느려진 걸음걸이가 건강 악화의 적신호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장일영 전임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희원 연구원(내과 전문의)팀이 강원도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평창에 사는 65세 이상 1348명(남자 602명, 여자 746명)의 건강 상태를 관찰한 결과, 보행속도가 정상보다 느린 노인들의 사망률은 2.54배, 요양병원 입원율은 1.59배 높았다고 21일 밝혔다.
사망과 요양병원 입원을 포함한 전반적인 건강 악화의 위험도 보행 속도가 느린 노인들에서 2.13배 높게 나왔다. 느려진 걸음걸이가 노인 건강의 신호등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농촌 노인들의 보행 속도가 외국 노인의 보행 속도에 비해 전반적으로 느리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보통 근육 감소증이나 노화를 평가할 때 전체 노인의 보행 속도를 기준으로 하위 4분의 1을 보행속도가 떨어진 집단으로 보는데, 이런 느린 보행 속도의 국제 기준이 0.8m/s이다.
하지만 이런 국제 기준과 달리 평창군 남자 노인들의 하위 4분의 1의 보행 속도는 0.663m/s였고, 여자 노인들의 경우에는 0.545m/s였다. 보행 속도는 횡단보도 건너는 속도로 측정했다.
외국 노인들이 1분에 약 48m를 이동할 때 우리나라 남자 노인은 40m, 여자 노인은 32m를 이동했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들이 걷는 속도가 외국에 비해 많게는 3분의 1 정도가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평소 보행속도는 노화 정도를 대변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정확한 지표로서 최근 노인들의 근감소증과 함께 노년 건강의 핵심 지표로 알려지면서 노인에서 적절한 보행 속도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은주 교수는 “품위 유지를 위해 나이가 들수록 천천히 양반처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멀리하고, 평소에 꾸준히 걸으며 걸음 속도를 또래 연령대들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빠르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노인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임상노화연구(Clinical interventions in Aging)’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