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는 ‘FA로이드’라는 말이 있다. 프리에이전트(FA)와 스테로이드의 합성어다. FA 계약 직전 해에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처럼 선수들이 힘을 내 몸값을 높인다는 의미다.
FA는 타자의 경우 KBO 정규시즌 팀 경기수의 2/3 이상 출전, 투수의 경우는 규정 투구이닝 (팀 경기수)의 2/3 이상을 투구한 시즌이 9시즌에 도달할 경우 취득할 수 있다. 정규시즌 현역 선수등록일수가 145일 이상(2005년 까지는 150일)인 경우에도 한 시즌으로 인정된다.4년제 대학 졸업 선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4년간 등록독 선수)는 위의 조건을 8시즌 충족시키면 FA자격을 취득한다. 프로야구 역대 FA 최고 액수는 이대호(36)가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하면서 받은 4년 총액 150억원이다.
KBO리그에서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친다면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선수(자격유지 제외)는 28명 정도 된다. 부상과 경기력 저하 등으로 기준 일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올해 성적이 떨어져 실제 FA 계약을 성사시키는 선수는 20명 내외가 될 전망이다. 올 시즌에 앞서 FA 계약을 맺은 선수는 해외 유턴파 선수를 포함해 모두 19명이다. 몸값 총액은 631억500만원이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 취득이 가능한 선수(재취득 포함)는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5명으로 가장 많다. 한화에선 윤규진·송창식·송광민·이용규·최진행, 삼성에선 윤성환·장원삼·손주인·김상수·박한이가 이에 해당된다. 넥센 히어로즈에선 이보근·김민성·김태완, KIA 타이거즈에선 임창용·김진우·서동욱 등이 예비 FA다. 두산 베어스에선 장원준·양의지, 롯데 자이언츠에선·이명우·노경은, NC 다이노스에선 모창민, SK 와이번스에선 최정·이재원, LG 트윈스에선 박용택, KT 위즈에선 금민철·박경수·박기혁 등이 F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올 FA 시장의 최대어는 누가 뭐래도 두산의 양의지(31)다. 3할6푼6리로 타격 2위다. 홈런 또한 20개다. 희귀한 포수라는 포지션이 최대 매력이다. 지난해 강민호의 금액(4년 8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100억원은 기본일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SK 안방마님인 이재원(30) 조짐이 좋다.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는데다 투수 리드에 노련함이 더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리그 포수난이 극심하다는 점이 그로선 호재다.
FA 재취득 조건을 갖춘 최정(31) 역시 최대어 중 하나다. 2년 연속 홈런왕에다 올해도 2016-17시즌 2년 동안 홈런왕을 거머쥐었다. 부상 등으로 엔트리에서 오래 빠졌지만 31개의 홈런을 생산했다. 정교함(타율 0.243)이 다소 떨어진 게 흠이다. 최정은 4년 전 FA로 86억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100억원 도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잦은 부상 여파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넥센의 김민성(30)도 매력적인 예비 FA다. 대형 3루수인데다 해결사 본능도 갖고 있어, 내야수 포지션이 약한 타 구단이 군침을 흘릴 것으로 보인다. LG의 박용택(39)은 무려 세 번째 FA 대박을 노린다. 2010년 시즌을 마치고 34억원, 2014년에는 50억원을 받아낸 박용택은 KBO리그 최다 안타 신기록을 앞세워 대박에 또 도전하고 있다. 다만 최근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고 나이가 많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올해 홀드왕에 도전하고 있는 넥센의 이보근(32)도
타 팀의 거액 러브콜을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FA로이드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선수들도 꽤 있다. ‘장꾸준’이라 불리며 KBO리그 왼손 토종에이스로 군림했던 장원준(33)을 바라보면 안타깝다.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뒤 2015-17시즌 3년 동안 10승 이상을 책임져온 에이스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4년전 88억원을 넘기는 힘든 상황이다. 삼성의 영원한 에이스 윤성환(37)도 4년전 80억원을 넘긴 힘들어 보인다. 나이도 문제지만 구속과 제구력이 흔들리며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NC의 모창민(33)은 1군 복귀가 늦어 FA 계약 기회를 놓칠 판이다. 송창식 윤규진 최진행 등 한화 이글스 예비 FA 대부분의 전망은 흐리다.
‘예비 FA 효과’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선수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소속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올해 예비 FA들이 예년보다 더욱 시선을 끄는 까닭은 에이전트 제도 시행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들은 올 시즌 후 대리인 자격으로 선수를 대신해 구단과 협상하고 계약한다. 그러기에 예비 FA 후보들의 몸값은 에이전트 시행 전보다 훨씬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