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더웠던 올여름은 막바지까지 펄펄 끓는다. 아직도 폭염이다. 더위를 피해 많이들 바닷가로 피서를 갔으리라는 짐작과는 달리, 너무 더워서 오히려 해변에는 사람이 적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로 더운 여름이었다. 실제 지난주 다녀온 동해안 바닷가도 예년에 비해 사람이 매우 적어 보였다.
더위를 피해 피서를 간다거나, 일에 너무 지쳐 휴식을 취한다거나,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 레저를 즐기는 것은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소를 충전시켜 준다. 그러나 가끔 여행이나 레저 활동 중에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거나 질병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크고 작은 손상, 유행성 결막염, 중이염, 설사병 등등은 휴가철 단골손님들이다.
익숙한 생활환경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활력소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몸과 마음에 상당한 긴장감과 부담을 주기도 한다. 마음은 몸을 벗어나 전 세계를 누비려 하는데, 몸은 자기 보금자리에서 온전함을 누리려는 불일치를 보인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들은 일정한 패턴을 좋아한다. 흔히 바이오리듬이라고도 얘기하는데, 먹고 자고 배설하고 활동하는 리듬이 일정하면 우리 몸의 각종 장기들은 대체로 잘 작동한다. 그런데 이런 생활 패턴이 흐트러지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가 된다.
아침마다 화장실에 가던 사람이 며칠 동안 소식이 없기도 하고, 반대로 속이 안 좋아 화장실에 여러 번 들락날락하기도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그럴 수도 있고 먹는 음식물이 입에 안 맞거나 위생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변비 또는 설사, 과격한 활동, 그리고 음주는 항문병을 악화시킨다. 평소 조금 신경 쓰일 정도였던 치질이 휴가 중에 많이 부풀어 오른다거나, 피가 묻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응급처치는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는 것이다. 목욕물 정도의 따뜻한 물에 엉덩이를 5분 정도 담그고 꾹 눌러주면 부기도 좀 덜하고 통증도 좀 줄어들 수 있다.
변비가 심해 항문이 찢어지며 피가 묻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항문병을 치열이라고 한다. 치열은 일단 변이 단단해지지 않도록 섬유질과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고 필요하면 배변 연화제와 좌약 등을 사용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온수 좌욕은 매우 도움이 된다. 항문 괄약근의 긴장을 낮춰주고 혈액순환도 좋게 하여 증상을 완화시킨다.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정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