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앞둔 손흥민 ‘합법적 병역 브로커’ 계보 이을까

입력 2018-08-21 08:28 수정 2018-08-21 09:07
8월17일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2차전 말레이시아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교체 투입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은 이란을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손흥민이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끌 경우 과거 ‘합법적 병역 브로커’로 이름을 날린 국가대표 선배들의 계보를 잇게 될 전망이다.

21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일정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23일 오후 9시30분 중동의 강호 이란과 16강전을 치른다. 이제부턴 단판 승부다. 한번이라도 패하면 대표팀의 목표인 금메달은 포기해야 한다. 조별리그에선 실수가 용납됐지만 16강전부터는 사소한 실수도 치명적이다.

대표팀이 기댈건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20일 열린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18분 결승골을 꽂아 넣으며 대한민국을 16강으로 이끌었다. 키르기스스탄의 밀집 수비에 고전한 대표팀의 경기력을 두고 말이 많지만 손흥민은 결승골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EPL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그 자체로 영광이지만 대표팀에겐 금메달 획득 시 또하나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병역혜택이다. 병역특례법에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올림픽에서 3위 이내(동메달) 입상할 경우 해당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EPL에서도 최상위급 공격수로 인정받는 손흥민의 경우 최근 몸값이 1200억원대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병역혜택까지 받을 경우 손흥민의 가치는 더욱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본인으로서도 군 입대로 인한 공백 없이 최고 전성기를 세계적인 리그에서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팀의 최종 성적만큼이나 손흥민의 병역혜택 여부에 전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엽이 2016년 KBO 리그 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뉴시스

과거 한국 대표팀 사례에선 팀을 승리로 이끌어 동료들에게 병역혜택의 선물을 제공한 선수를 흔히 ‘합법적 병역 브로커’라고 불러왔다. 역대 합법적 병역 브로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수차례 국제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국민 타자’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파죽지세의 연승을 거두며 단숨에 준결승까지 진출한 대표팀은 준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마주쳤다. 일본은 세계적인 야구 강호. 더구나 준결승전까지 이승엽은 국민 타자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1할대의 타율로 마음고생이 심할 때였다.

박주영이 2016년 11월 열린 K리그 클래식 경기를 마친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

이승엽의 병역브로커 본색은 8회에 나왔다. 양팀이 2-2로 맞선 8회 이승엽은 결승 투런 홈런을 쳐내며 대표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결승 진출이 확정된 대표팀은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고, 대표팀은 기세를 몰아 결승에서 쿠바를 꺾으며 8전 전승으로 우승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승엽의 홈런은 사실상 병역혜택을 결정한 한방이었던 셈이다.

FC서울에서 공격수로 활약 중인 박주영도 합법적 병역 브로커다. 이번에도 일본이었다. 박주영은 2012년 열린 런던올림픽 축구경기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1골1도움의 신들린 활약을 펼치며 팀을 동메달로 이끌었다. 남자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쾌거도 쾌거였지만 이 메달로 당시 27세 였던 본인은 물론 팀원 18명이 모두 병역혜택을 받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