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 입국 후 신태용 아들이 쓴 글 “아빠가 실패한 것 아냐”

입력 2018-08-20 20:32 수정 2018-08-20 20:41
신재원 인스타그램 캡처

대한축구협회가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벤투 감독이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가운데 감독 유임에 실패한 신태용 전 감독의 아들이 SNS에 남긴 글이 화제다.

신 전 감독의 아들이자 축구선수인 신재원은 20일 인스타그램에 “2016년 리우 올림픽을 시작으로 2017년 U-20 월드컵 그리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아빠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치룬 대회들”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보통 대표팀 감독이라면 이번에 새로 선임된 파울루 벤투 감독님처럼 4년 장기 계약을 하지만 아빠는 3년간, 그것도 모두 다른 연령 감독을 맡았다”며 “항상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필요할 때 망설임 없이 소방수 역할로 투입된 아빠지만 제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아빠는 시간이 많지 않고 힘든 상황 속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신재원 선수와 신태용 전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어 “대표팀 감독을 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세계 1위 독일을 이겼다”며 “1년이란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표팀은 A매치 기간에만 소집할 수 있어 한 달에 한번 10일 정도만 소집할 수 있고, 선수단도 항상 바뀌다 보니 훈련할 수 있는 시간과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고 썼다.

그러면서 “월드컵 16강 진출을 못 한 것은 많이 아쉽지만 저는 아빠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빠에게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재원은 마지막으로 “이제 감독이 새로 선임되면서 아빠는 물러나게 됐다”며 “이제는 오늘 입국하신 파울루 벤투 감독님께 많은 힘과 응원을 해주시고 믿고 기다려주시면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는 응원의 글을 남겼다.

신재원은 지난 6월 27일 열린 한국과 독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난 뒤 신 전 감독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신재원은 “아빠 오늘 정말 수고했어요! 비록 16강 진출은 못 했지만 아빠가 자랑스러워요”라며 “이렇게 재밌는 경기 보여줘서 감사해요. 역시 아빠는 난 놈이에요!”라고 보냈다. 신 전 감독은 이에 “그래 아들, 고맙고 사랑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입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지난 17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벤투감독의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다.

벤투 감독은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한국에 와서 영광이다. 개인적으로 한 단계 발전하는계기로 삼고 싶다”며 “선수들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며 우리만의 색깔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벤투 감독의 데뷔전은 다음달 치르는 코스타리카(7일), 칠레(11일)와의 국내 평가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첫 번째 메이저대회는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릴 2019 아시안컵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