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자문자답’…“계파 갈등·보수 분열로 망했습니다”

입력 2018-08-20 17:12 수정 2018-08-20 17:28
20일 경기도 과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개최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 모습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혹독한 시련기를 보내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가장 잘못한 점으로 ‘계파갈등 및 보수 분열’을 들었다. 당 혁신의 최우선 과제로는 ‘세대교체 및 인재양성’을 스스로 꼽았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경기도 과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연찬회 자리에서 최근 의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소속 의원 112명 중 95명(응답률 84.8%)이 설문에 응답했다.

‘한국당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의원 53명(55.8%·복수응답)이 ‘계파갈등 및 보수 분열’이라고 답했다. ‘탄핵·대선 패배에 대한 사과와 반성 없이 책임을 회피한 점’ ‘당 리더십·위기관리시스템 부재에 따른 정책 이슈 선점 및 대안 제시 실패’란 응답도 나란히 40명(42.1%)이 택했다.
이어 ‘이념과 가치 부재로 인한 정체성 혼란’(36명·37.9%), ‘막말과 거친 언행으로 품격 상실’(33명·34.7%), ‘세대교체 실패’(32명·33.7%), ‘시대 흐름과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 부족’(31명·32.6%), ‘기득권에 안주하고 특권의식을 내려놓지 못한 점’(27명·28.4%)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당이 무엇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46명(48.4%)이 ‘세대교체·인재양성’을 골랐다. 그 뒤로 ‘보수 가치 및 비전 수립’(42명·44.2%), ‘정책정당화’(34명·35.8%), ‘소통 및 홍보 강화’(33명·34.7%), ‘당내 갈등 해소’(32명·33.7%), ‘공천제도 개선’(30명·31.6%) 등 순이었다. ‘보수재편·대통합’이라는 응답은 14명(14.7%)였다.

당의 중심 가치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55명(57.9%)이 ‘시장경제’라고 답했다. 실용적 보수, 유연한 보수, 상생적 보수 등의 ‘합리적 보수’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응답도 46명(48.4%)이 했다. 또 ‘자유민주주의’(44명·46.3%), ‘국방·안보’(29명·30.5%), ‘자유와 책임’(25명·26.3%), ‘법치주의’(17명·17.9%) 등 답변이 나왔다.

‘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할 정책’을 묻는 항목에는 ‘경제활성화 및 규제 철폐’(44명·46.3%) 응답이 가장 많았고, ‘중산층·서민·소상공인 중심 민생경제 정책’(34명· 35.8%), ‘사회적 약자 배려’(26명·27.4%) 등 순으로 경제 관련 응답이 많았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런 자체 설문조사 내용를 토대로 당의 정치적·이념적 노선을 ‘경제·안보적 실용주의’에 맞추고, 사회 개혁과제를 선도하는 야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재창당 수준의 리모델링도 선언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