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섭섭해서 눈물만”… 동행자 없어 이산가족 상봉 취소된 장애인의 눈물

입력 2018-08-20 15:53 수정 2018-08-20 16:17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들과 가족들이 상봉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남측 이산가족들이 20일 낮 12시55분쯤 금강산에 도착했다. 하지만 한 80대 시각장애인이 동행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상봉 장소인 금강산에 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MBN의 보도에 따르면 포천에 사는 80대 김 모 할아버지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 역시 68년 전 가족과 헤어졌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인 김 할아버지가 금강산에 가려면 동행할 가족이 있어야 하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MBN 방송화면 캡처

거동이 불편한 청각장애인 아내가 동행하기로 했지만 참석자 명단은 이미 북측에 전달된 뒤였다. 김 할아버지는 “적십자에서 연락을 받고 동행할 사람이 없어서 못 간다고 해 너무 섭섭하고 울었다”고 MBN에 전했다. 할아버지는 결국 상봉 포기 각서를 썼다. 이에 대한적십자사의 한 관계자는 “김 할아버지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을 하나하나 챙기기 어렵다”며 “그분을 모시러 포천에 갔다가 다시 (집결지인) 속초로 갈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MBN 방송화면 캡처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은 오후 3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감격의 상봉을 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15년 10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이날 단체 상봉을 시작으로 이산가족들은 22일까지 2박 3일간 6차례에 걸친 만남의 시간을 가진다.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측 주최로 환영 만찬이 이어져 남북의 가족이 금강산 호텔 연회장에서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한다.

이틀째인 21일에는 숙소에서 오전 2시간 동안 개별 상봉을 하고 곧이어 1시간 동안 점심식사 시간을 가진다.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작별 상봉에 이어 단체 점심 시간을 가지고 귀환하게 된다.

이들에 이어 24일부터는 2박 3일 동안 북측 이산가족 83명과 남측의 가족이 금강산에서 같은 방식으로 상봉한다. 정부는 이산가족 중 고령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의료·소방인력 30여 명을 방북단에 포함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육로와 헬기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남측으로 후송할 계획이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