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원한 기간이 오래되어 지치고 무료해 마음이 항상 무거웠는데 학생들이 병동으로 직접 찾아와 귀에 익은 음악을 연주해주니 신기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병도 빨리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지병 때문에 서울 중랑구 신내로 서울의료원에입원 요양 중인 환자 최모(67‧서울 동대문구) 씨가 지난 14일 서울의료원(의료원장 김민기) 로비에서 펼쳐진 서울예술고등학교(교장 금난새) 학생들의 봉사동아리 카르페디엠 단원들의 병동음악회, 실내악 공연을 보고 큰 위로를 받았다며 20일 서울의료원 관계자에게 밝힌 소감이다. 최씨는 이날 학생들과 병원 측의 따뜻한 배려에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울예고 학생 봉사동아리 카르페디엠은 서울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을 방문, 장·단기 투병생활로 지칠대로 지친 입원 환자 및 보호자들을 위로하는 병동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번 서울의료원 공연도 카르페디엠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병동음악회를 기획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특히 재학생들의 정성어린 뜻에 졸업한 선배들까지 동참해 연주 수준은 물론 의의가 더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카르페디엠 학생들은 서울의료원이 자신들의 봉사연주 취지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지난 봄 부터 서울의료원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필요한 조건과 환경을 갖추려 노력한 것이다. 예고 특성상 입시 준비를 위한 연주에 집중하다보니 병동 입원객들이 선호하는 연주곡들에 대하여 새롭게 준비를 해야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입원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영화 OST, 애니메이션 주제곡 등 귀에 익으면서도 잘 알려진 곡들 중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 자극적이지 않은 곡들을 선곡했다. 또한 공연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연주곡의 해설을 함께 하며 환자들과 소통하는 등 장기 입원환자들에게 활력을 되살려주는 형식으로 진행하려 애썼다.
그 결과 많은 입원환자 기족들이 모여앉은 연주회장은 연주단원이 대부분 고교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할 정도로 빼어난 연주실력을 보여줬다. 한 곡 한 곡 연주가 끝날 때마다 큰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은 이유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특히 졸업한 선배들과 어우러져 열띤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면서 “공부하느라 놀고 쉬는 시간을 빼기에도 빠듯한 가운데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환자 위로에 나선 학생들의 열정과 봉사 정신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