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에 참가한 남북 단일팀 ‘코리아’가 인도에 대승을 거뒀다. 지난 17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발견된 수비 조직력 문제를 극복하려는 듯, 코리아는 한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도 시종 전면 압박 수비를 펼쳤다. 그간 북측 노숙영이 주도하던 공격의 패턴도 더욱 다양해졌다.
코리아는 2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바스켓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X조 조별예선 3차전 인도와의 경기에서 104대 54로 완승했다.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점수가 말해주듯 기술과 체력 측면에서 모두 압도한 경기였다. 코리아는 현재까지 2승1패의 성적을 기록하게 됐다.
연속 득점과 함께 8-0으로 경기를 시작한 코리아는 22-12로 1쿼터를 마무리했다. 코리아는 2쿼터부터 전면 압박 수비를 펼치기 시작했다. 모든 포지션의 선수가 상대와 몸이 닿을 정도로 밀착 마크를 했다. 상대가 돌파를 시도하더라도 뚫리지 않을 수 있다는 스피드의 자신감이었다. 코리아가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지 않고 상대 진영 끝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하자 인도는 당황했다. 인바운드 패스를 넣어야 할 상황에서 공을 줄 곳이 없자 괜히 농구화 끈을 묶기도 했다.
그간 출전 시간이 많지 못했던 선수들은 이날 작심한 듯 큰 점수차에도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보였다. 숭의여고 3학년으로 코리아의 막내인 박지현은 여러 차례 당찬 플레이를 보여 줬다. 1인 속공 상황에서 스텝을 크게 내디디며 더블 클러치를 성공시켰고, 언니들에게 손을 들어 공을 받은 뒤 과감한 3점슛을 성공시켰다. 북측 가드 장미경은 빠르고 가벼운 몸놀림을 자랑했다. 화려한 드리블과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가드를 괴롭게 했다.
한국 특유의 속공이 살아나며 점수차는 한때 62-28까지 벌어졌다. 그간 북측의 센터 노숙영이 주도하던 공격루트는 다양해졌다. 노숙영은 1쿼터를 뛴 뒤 벤치에 앉았고, 코리아는 이날 모든 멤버가 고른 활약을 펼쳤다. 여자프로농구(WKBL)를 대표하는 3점슈터 강이슬이 던지는 3점슛은 잇따라 그물을 갈랐다. 최은실 박하나도 두 자릿수 득점을 했다. 4쿼터에는 북측 가드 김혜연도 3점슛을 성공시켰다.
이문규 감독은 점수차와 상관 없이 계속해서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결국 이날 경기의 주된 목적은 승리보다는 팀의 조직력 확보에 있었다. 이 감독은 지난 17일 대만전에서 드러난 수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4쿼터 한때 인도에 연이어 공격리바운드를 허용하자 타임아웃을 불렀다.
당시 점수차는 34점차였다. 이후 코리아는 결국 세자릿수 득점을 이뤄냈다. 마지막까지 느슨한 플레이를 하지 않고 김혜연이 버저비터 3점슛을 성공, 50점차를 만들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