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50대 경찰관의 유서 공개, ‘직장 내 괴롭힘’

입력 2018-08-20 14:03 수정 2018-08-20 14:11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7일 수원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경찰관의 유서가 유족에 의해 공개됐다. 자필 유서에 따르면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심적 고통을 겪다 끝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서부경찰서 지구대 소속이었던 숨진 A(55) 경위의 아내는 A4 4쪽 분량의 자필 유서를 20일 공개했다. 유서는 고인이 생전에 홀로 살던 수원시 다세대주택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내용을 파악한 후 즉시 유족에게 유서를 전달했으며, 고인의 글씨체가 맞다고 판단해 필적감정은 의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서에는 고인이 생전에 겪었던 괴로움이 적혀 있었다. 상관의 폭행과 관련한 감사 진행 상황도 심적 부담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서에는 ‘너무 억울하다. B(팀장·경위)가 나를 장난감처럼 대하며 폭행·막말을 했다. 너무 실망스럽고 배신을 당했다. B와 후배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왕따를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고인은 유서에서 ‘B 팀장으로부터 당했던 폭언과 폭행을 경철사 청문감사관실에 신고했으나, 조사가 시작된 이후 B 팀장과 주변 사람들의 설득으로 신고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글을 적었다.

고인은 또 “수원지검에 B와 동료 C를 고소했다. B는 폭행, 명예훼손, C는 카톡으로 미꾸라지 등으로 나를 비유한 것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며 “경찰청 인권센터에도 모든 사실을 알렸다”고 적었다.

자신의 인사에 대한 억울함도 토로했다. “(경찰서장은 피해자인 나를) 인사조처했다. 정든 지구대 직원들과 헤어질 때 너무도 괴로웠다. 특히 친한 동료들과 헤어짐은 충격이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사람은 서장”이라고 했다.

A 경위는 지난 17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근처에서는 불이 지펴진 번개탄도 발견됐다.

A 경위의 아내는 “아무도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아 남편이 자살을 최후의 방법으로 생각한 것 같다”며 “(B 팀장이) 처벌받는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지는 않지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돌아가신 분이 B 팀장과 C 경위를 고소했기 때문에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청문감사 결과 징계할 사안이 아니어서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해 인사발령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 공개된 숨진 A 경장(55)의 자필 유서 중 일부

김혜수 인턴기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