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홍기·일장기 ‘와당탕’… 아시안게임 시상식서 국기게양대 붕괴

입력 2018-08-20 11:30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관계자가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붕카르노 아쿠아틱 스타디움에서 추락한 중국·일본 국기를 수습하고 있다. AP뉴시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시상식장에서 국기게양대가 무너졌다. 금메달리스트가 항의하고 관중의 야유가 빗발치면서 시상식장은 혼란에 빠졌다.

사고는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시상식을 개최한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붕카르노 아쿠아틱 스타디움에서 발생했다. 이 종목의 우승자는 중국의 쑨양. 한때 박태환의 라이벌이었던 지금 세대 아시아 수영 최강자다.

아시안게임 시상식은 금메달리스트 국적의 국기를 가장 높게 게양하고 국가를 연주하는 올림픽의 식순을 그대로 따라간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남자 자유형 200m 시상식에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연주했고 오성홍기를 가장 높게 게양했다.

쑨양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감격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의용군 행진곡이 장내에 울려 퍼지는 과정에서 국기게양대가 돌연 추락했다. 이 종목에서 중국은 금·동메달, 일본은 은메달을 차지했다. 게양됐던 오성홍기 2장과 일장기 1장은 그대로 쏟아졌다.

AP뉴시스

시상대에 오른 메달리스트 3명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곧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졌다. 대부분은 중국 관객이었다. 제복을 입고 국기를 게양했던 인도네시아 남성 세 명은 오성홍기 2장과 일장기 1장을 수습했다. 이때부터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국기를 게양했던 남성 세 명의 손에 깃발을 들려 시상식을 속행했다. 가운데 남성은 얼굴을 가릴 만큼 오성홍기를 높게 들어 올렸다. 오른쪽 남성은 일장기를 얼굴 높이로, 왼쪽 남성은 다른 오성홍기를 가슴팍 높이로 들었다. 왼쪽 남성의 경우 높이를 낮추기 위해 다리를 구부리기까지 했다.

이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한 사람은 금메달리스트였다. 기분을 망친 쑨양은 시상식을 한때 거부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20일 “쑨양이 시상식을 다시 열어 달라고 항의했다”며 “대회 조직위원회는 국기게양대를 철거하고 사람의 손에 국기를 들려 시상식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