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데칼코마니 ‘쌀딩크’…베트남이 부러운 한국(영상)

입력 2018-08-20 07:01 수정 2018-08-20 16:57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까지 꺾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베트남은 파키스탄과 네팔과의 경기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16강을 조기 확정했다. 이후 일본까지 제압하면서 D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국내 네티즌들은 부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충격패를 당한 우리 축구대표팀의 경기 때문이다.




19일 인도네시아 위바와 무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축구 D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베트남은 전반 3분 응우예 꽝하이의 선제골을 지켜내 일본을 1대 0으로 이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102위인 베트남이 FIFA 랭킹 55위인 일본을 꺽은 것은 ‘박항서 매직’ 덕분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21세 이하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FIFA랭킹의 격차가 워낙 커 승리를 쉽게 예견하진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박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맡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끌었다. 감독 부임 4개월 만에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후 아시안게임 조별 예선 1차전인 파키스탄과의 경기에서 3대 0으로 이겼다. 이어진 두 번째 네팔과의 경기에서도 2대 0으로 승리했다. 마지막 일본과의 경기도 1대 0으로 이기면서 조별 예선에서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철벽수비를 보여줬다.

박 감독은 일본전을 앞두고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지만 조국은 대한민국이다”라며 “광복절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본과 경기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일본과의 경기를 마친 후에도 박 감독은 일본이 베트남보다 한 수 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선수들이 더 많이 공을 가져간 비결이 무엇이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베트남이 일본을 못 이길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감독은 또 “감독으로서 선수를 믿었다. 피지컬과 기술에서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상대 수비가 신장은 있지만 느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스피드로 승부하려고 했다. 그런 부분이 전반에 통했고 후반에 실리 있는 축구를 했다”고 덧붙였다. “꼭 일본을 이겨야겠다는 선수들의 열정과 집중력이 돋보인 경기”였다고 평가한 박 감독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도 전했다.

박 감동은 베트남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박항서 매직’을 만들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침형 생활패턴에 맞춰 훈련일정을 당기고 낮잠을 자는 문화를 인정했고 작은 체격에 비해 강한 체력을 칭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코치로 활동하며 히딩크를 보좌해 한국 4강 신화를 쓴 주역으로 국내에서 잘 알려져 있다. 덕분에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선 박 감독이 ‘베트남의 히딩크’ 또는 베트남 대표음식이 쌀국스와 히딩크 감독을 합성한 ‘쌀딩크’라고 불린다.

온라인 곳곳에선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이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2-1의 충격패를 당했다는 점에서 베트남이 부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20일 열리는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완승해야만 16강에 오를 수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