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레슬링 자유형 74㎏급의 공병민(27)이 동메달 결정전에서 10대 0 완승을 거두며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나온 한국 선수단의 첫 레슬링 메달이다. 그는 앞선 준결승전에서 카자흐스탄 선수에게 2-8로 뒤지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8-8 동점을 만들었지만 막판 체력 문제로 고개를 떨궜었다. 그는 마지막 경기에서 완승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공병민은 19일(한국시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남자 레슬링 자유형 74㎏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타르의 이브라힘 압둘라흐만에게 10대 0으로 이겼다. 상대의 머리를 흔들며 중심을 흩트리던 공병민은 번개 같은 태클로 압둘라만을 매트에 눕혔다. 이어 3차례 연속 옆굴리기 공격을 성공시키며 순식간에 9-0 스코어를 만들어 냈다. 경기를 절반도 치르지 않은 시점이었다. 눈 깜짝할 새 대량실점한 압둘라흐만은 좌절해 매트에 고개를 묻었다.
30초간의 휴식 이후 재개된 2피리어드에서 공병민은 24초 만에 또 한 차례의 공격을 성공시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공병민은 균형을 잃은 압둘라흐만을 악착같이 잡아 넘어뜨렸다. 공병민의 마지막 공격에 매트 밖으로 크게 메쳐진 압둘라흐만은 경기가 끝난 뒤 일어서서 공병민을 밀치며 흥분하기도 했다. 공병민은 나쁜 의도는 아니었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레슬링은 10점차가 되면 남은 시간과 무관하게 승패가 결정된다.
공병민은 대역전극을 펼칠 뻔했던 준결승전을 아쉬운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모든 경기를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준결승전을 되짚으며 “초반에 점수를 너무 많이 빼앗겼다”며 아쉬워했다. 2-8에서 연거푸 공격을 성공시켜 8-8까지 따라붙을 때, 그는 “‘꼭 금메달을 따서 집에 돌아가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병민은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끝내 결승에 진출하진 못했다. 공병민은 “체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한국 레슬링 선수단의 첫 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뒤에서 금메달을 따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가 금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라 믿는 동료 중에는 그의 아내인 이신혜(26)도 있다. 여자 레슬링 자유형 53㎏급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인 이신혜는 공병민과 함께 자카르타에 와 있다. 이신혜는 “부담을 갖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말로 남편을 격려했고, 이날 관중석을 지켰다. 공병민은 “자신도 경기가 있을 텐데 응원해 줘서 고맙다. 아내는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