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서도 경우의 수, 한국이 키르키즈스탄에 패하면?

입력 2018-08-19 12:34 수정 2018-08-19 14:48
대한민국 손흥민이 말레이시아의 골문을 향한 프리킥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이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마저도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20일 오후 9시(한국 시각) 키르키즈스탄과 마지막 조별리그 3차전을 펼친다.

피파랭킹 94위의 키르키즈스탄은 한국에 비해 약체다. 피파랭킹은 A대표팀의 국제 수준에 대한 지표로 아시안게임 U-23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과 키르키즈스탄의 객관적 전력 차이는 분명하다. 선수들의 개개인 능력에서 역시 훨씬 앞선다.

하지만 한국은 상대를 얕보는 우를 범하다 한차례 호되게 당한 바 있다. 바로 지난 17일 피파랭킹 171위의 말레이시아전이다. 김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데려온 골키퍼 조현우를 포함해 로테이션을 이유로 1차전 선발명단에서 6명을 교체하는 여유를 부렸다. 그리고 그러한 만용은 1대2 패배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참혹한 결과로 돌아왔다. 수비진과 골키퍼의 실책, 선발 공격수 황희찬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남은 키르키즈스탄을 이겨도 말레이시아에 이은 조 2위 16강 진출을 하게 된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25개국이 참가하기 때문에 6개조 3위 중 상위 4위 성적을 낸 팀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만일 한국이 키르기즈스탄에 지더라도 바레인이 말레이시아를 이기지 못하면 조 3위로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키르키즈스탄은 앞서 1무 1패를 기록했지만 16강 진출 희망이 남아있기 때문에 한국전에서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키르키즈스탄이 한국을 꺾는다면 이미 진출을 확정한 말레이시아에 이어 조 2위의 자리는 그들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2대2 무승부를 거둔 바레인이 한국전에서 6점차 대패를 당하며 골득실을 따질시 매우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은 규정상 승점이 같을 경우 승자승 원칙을 따지고, 그마저 무승부를 거뒀을 경우 득실차로 진출팀을 가리게 된다.

따라서 한국이 키르키즈스탄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게 되더라도 동시간대 펼쳐지는 말레이시아-바레인 경기와 관계없이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한다. 바레인이 말레이시아에게 승리를 거둬 1승1무1패로 동점이 되더라도 승자승과 득실 모두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앞서 1차전에서 그들을 상대로 6대0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진출 여부를 떠나서 무승부는 허락되지 않는다.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는 경기다.

김 감독의 만용에 따른 전술적 오판과 선수들의 방심이 불러온 지난 졸전은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마저도 경우의 수를 따지며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2018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현재 상황]

1. 말레이시아 2승 0패 (승점6 득실차 +3)
2. 대한민국 1승 1패 (승점3 득실차 +5)
3. 키르키즈스탄 1무 1패 (승점1 득실차 -2)
4. 바레인 1무 1패 (승점1 득실차 -6)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