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8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우리 정부는 물론 전 세계가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렇다할 공식 입장 없이 침묵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와 코피 아난 재단 등은 현지시간으로 18일 트위터를 통해 아난 전 총장이 짧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린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인 아난 전 총장은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행정담당관으로 유엔에 첫발을 내디뎠다. 1997년 사상 처음으로 평직원 출신으로 7대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올라 2006년까지 국제 분쟁 해결과 유엔 개혁에 앞장섰다. 아프리카 내전 종식과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200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아난 전 총장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애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그의 별세 소식을 깊은 슬픔으로 접했다”며 “세상을 선으로 이끄는 힘이었고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좋은 친구이자 멘토라고 부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위대한 지도자이자 유엔의 개혁가인 그는 이 세상을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공을 세웠다. 그가 태어난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남겼다”고 애도했고 에마뉘엘 마크로 프랑스 대통령도 “그의 헌신과 문제 해결에 있어 차분하고 단호한 접근법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라며 “국제 문제에 있어 공동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그리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성명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내고 “우리 국민과 함께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며 “아난 전 총장은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한 평생 헌신해 왔고 세계평화와 빈곤퇴치, 인권 증진 등 다양한 분야에 많은 업적을 남겨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난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현재까지 ‘침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말을 맞아 별도의 공식 일정 없이 뉴욕주 배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 머물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아난 전 총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후 10개 이상의 트윗을 올렸지만 아난 전 총장에 대한 트윗은 없었다. 백악관이나 국무부도 아직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 등은 아난 전 총장이 재임 시절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면서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