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질주로 AG 개회식 도착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입력 2018-08-18 21:46 수정 2018-08-18 21:50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하루 앞둔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케마요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인근 주경기장을 취재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자카르타=윤성호 기자

18일(한국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개회식은 정장 차림의 노신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상징과도 같은 교통체증에 답답한 기색을 보이던 그는 차에서 내려 오토바이에 오른다. 헬멧을 건네받은 뒤에는 능숙하게 거리를 질주했다.

영상 속의 그는 다름 아닌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었다. 위도도 대통령은 오토바이를 탄 채 공중을 날기도 하고, 좁은 골목에서 차량을 맞닥뜨려 급정거를 하느라 뒷바퀴를 하늘로 향하게 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오토바이를 타는 파격적인 연출에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 메인프레스센터 안에 있던 인도네시아 자원봉사자들은 박수를 치며 폭소했다.

위도도 대통령은 횡단보도에서는 부드럽게 멈춰 학생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가도록 도왔다. 그가 오토바이 헬멧을 벗자 어린 학생이 놀라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윽고 오토바이는 아시안게임 개회식이 열리는 GBK 주경기장으로 입성했다. 오토바이를 통해 시간을 맞춰 도착한 화면 속의 대통령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귀빈석으로 향하는 순간, 실제 위도도 대통령이 주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영상은 고질적인 교통체증과 오토바이 물결 등 인도네시아만의 여러 단편을 함축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자카르타 시내에서는 오토바이 1대에 3명의 가족이 올라타고 질주하는 풍경이 흔하다. 오토바이 이동이 익숙한 듯 뒷자리에 앉은 이가 스마트폰을 꺼내 채팅을 하기도 한다. 그랩, 우버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된 나라도 인도네시아다.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까지도 영상에 담겼다는 평가도 있다. 교통체증을 돌파하는 목적에서 커져 가는 오토바이의 규모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숙제다.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지난해 대중교통의 활성화와 안전 증대를 위해 오토바이 운행금지 도로를 확대하기로 했었다. 위도도 대통령은 빠르게 질주하면서도 교통 법규를 준수하는 모습을 군데군데에서 보여줬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