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말련 참패’악몽, ‘야구 도하 참사’ 떠오른다

입력 2018-08-18 11:58 수정 2018-08-18 12:13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1위 말레이시아에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섣부른 여유가 부른 참극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6대 0 대승을 거둔 바레인과의 1차전에 나섰던 선수 6명을 벤치에 앉혀둔 채 경기를 시작했다. 바로 이틀 전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향후 일정을 고려해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결과는 무너진 조직력과 골 결정력 부족 등 총체적 난국이었다. 손흥민을 뒤늦게 투입해 반전을 꾀했지만 회복 불능이었다. 약팀을 얕잡아 본 결과다. 한국이 키르키스스탄을 이긴다고 해도 승자승에서 밀려 조 2위로 16강에 나서게 된다.금메달 수확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야구 대표팀도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이 된 이후 1998년 방콕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까지 금메달은 언제나 한국의 몫이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었다. 한국은 대만은 물론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일본에도 패하며 동메달에 그쳤다. 당시 멤버는 겉으론 화려했다. 내부는 달랐다. 주축 선수들의 심각한 체력 저하, 어정쩡한 대표팀 진용, 급격히 저하된 목적 의식 등이 합쳐져 만들어낸 예고된 참사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 국가대표팀 선동열호가 금메달 목표를 향해 출항했다. 18일 소집돼 잠실 구장에서 첫 훈련에 돌입한다.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병역 미필 논란에다 경기력 부족까지 이어지고 있어 야구팬들은 제2의 도하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일각에선 아예 은메달을 따길 바란다는 비난까지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금메달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할 때다. 우선 폭염 속에서 KBO 일정을 소화해온 선수들의 피로를 풀어내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오는 26일 대만전까지 호흡을 맞출 시간도 부족하다. 한국이 결승까지 진출한다고 가정하면 총 6경기를 치르게 되고 결승전은 9월 1일 열릴 예정이다. 제법 긴 일정이다. 상대 팀의 전력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적재적소 배치에 힘써야 한다. 선발진 구성부터 중간 계투에 이어 마무리까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절대 부족한 내야수 진용 운용에도 신경써야 한다. 좌타자 일색인 외야수 구성 방안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최대의 적은 자만심이다. 축구 대표팀의 말레이시아 참패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약팀을 만나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