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이터(inning eater)’는 말 그대로 이닝을 먹는 투수를 말한다.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불펜 투수의 과부하를 막기에 선발 투수의 강력함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제 아무리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라고 해도 마운드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면 에이스로 인정받을 수 없다. 강한 구위는 기본이고 정신력 또한 강하지 않으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한마디로 긴 이닝 동안 경기를 지배하는 투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KBO리그의 역대 최고 이닝 이터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장명부다. 1983년 60경기에 등판해 427.1이닝을 던졌다. 한 시즌 최다 이닝을 던진 기록이다. 경기당 7.12이닝을 소화했다. 장명부는 KBO에서의 4시즌 동안 총 1043.1이닝을 던졌고, 이는 한 시즌 평균 260이닝을 던진 것으로 계산된다. 분업화가 되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의 대표적 혹사 사례로도 꼽힌다.
무쇠팔이라는 별명처럼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도 이닝 이터의 대명사다. 5년 연속 200이닝을 소화했고, 특히 1984년 한국시리즈 기간 중에는 5경기 40이닝을 던져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롯데의 윤학길이 어찌보면 진정한 이닝 이터일지 모른다. 6년 연속 200이닝을 소화하고 통산 100완투의 기록을 갖고 있다. 지금도 깨지지 않는 역대급 기록이다. 통산 12시즌 동안 1863.2이닝 동안 던졌다. 평균 155이닝을 12년간 꾸준히 던진 셈이다.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LG 트윈스의 헨리 소사다. 24게임에 출전해 162.1이닝을 던졌다. 경기 당 평균 6.8이닝을 소화했다. 2위는 KIA 타이거즈의 양현종으로 같은 24경기에서 157이닝을 던졌다. 평균 6.5이닝 투구다. 다음으론 넥센 히어로즈의 제이크 브리검으로 24게임 출전에 154이닝을 소화해 6.42이닝을 던졌다. 두산 베어스의 조쉬 린드블럼은 23게임 출전에 151.2이닝을 던졌다. 150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이들 네명에 불과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