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코리아’와 대만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17일(한국시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 경기장 관중석에는 배연자(75)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남북 단일팀 코리아가 득점을 올릴 때마다 배 할머니는 북을 치고 ‘코리아 이겨라’를 외쳤다. 아쉽게 실점하거나 득점에 실패하는 장면에서는 본인이 코트에 서 있는 듯 온몸으로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을 ‘첫 배구 여자심판’이라 소개했다. 본래 대구 원화여고의 배구선수였던 배 할머니는 1981년 배구 공인심판 자격을 취득했다고 한다. 2년 뒤인 1983년 3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고교배구 라이벌전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심판복을 입고 선심을 봤다.
그런 배 할머니는 배구심판으로서의 연륜이 묻어나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김호철은 현역 시절에 뛰어난 세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김호철 감독은 남자배구 대표팀의 사령탑으로서 이번 아시안게임 현장에 와 있다. 가슴에 한반도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나온 배 할머니는 “농구도 좋지만, 배구에서 남북 단일팀이 이뤄졌다면 더욱 신나게 응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할머니는 인도네시아에서 11년째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자카르타에 들어와 살게 됐다고 한다. 자유총연맹 인도네시아지부 회장을 겸하는 그는 여자농구 단일팀 코리아의 일정을 보고 자발적으로 응원을 나왔다고 했다. 선수단 본진이 인도네시아에 입국할 때에도 공항에 있었다. 배 할머니는 “이 정도면 민간 외교관이 아니냐”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은 남북이 하나임을 아시아 45억명에게 알리는 계기”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