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전적 28승2패, 하지만 일본도 칼을 갈았다

입력 2018-08-17 23:47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 남자핸드볼 대표팀 선수들이 17일(한국시간) 일본과의 경기에 앞서 손을 모아 승리를 결의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전적 28승2무2패로 우리가 절대 우위를 점한 상대였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절치부심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핸드볼에 참가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을 맞아 의외의 접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일부 선수는 “한일전이기 때문에 이기고 싶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은 17일(한국시간)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고르 폽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26대 2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일본이 선제골을 넣은 뒤 한국이 만회하면 일본이 다시 한골 차로 달아나는 흐름이 지겹도록 반복됐다. 전반전도 13-13, 후반전도 13-13의 팽팽한 승부였다. 전반에만 12차례, 후반에만 8차례의 동점 상황이 이뤄졌다.

24-24 동점 상황에서 한국은 중앙과 왼쪽 공간에서 연이어 실점하며 24-26으로 끌려갔다. 경기종료까지는 불과 3분, 기분나쁜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적극적인 수비로 상대의 턴오버를 유도했다. 3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시다 히로키가 2분간 퇴장을 당하면서 얻게 된 수적 우위를 십분 활용했다. 결국 김동철(29)이 7m 페널티 드로를 2차례 연속 성공시키며 동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일본은 동점 허용 직전 벤치 전체가 옐로 카드를 받기도 했다.

코너에 몰렸다가 무승부를 이뤄내며 경기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선수단의 분위기는 가라앉지는 않았다. 김동철(10득점) 정의경(33·8득점)이 주도한 공격력도 나쁘지 않았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베스트 멤버’라는 자체 평가 속에서 실력과 자신감을 동시에 쌓아 왔다. 미들 속공 전환이 여느 때보다 빨라졌고,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잘 잡혔다는 진단도 있었다.

한국 남자핸드볼 대표팀의 정의경이 1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고르 폽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경기에서 강력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이날 일본과의 무승부 경기는 금메달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약이 될 전망이다. 그간 만나기만 하면 이기던 상대인 일본이었는데, 열심히 준비해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선수들 틈에 깊이 전해졌다고 한다. 남자핸드볼 대표팀의 맏형 이동명(35)은 “일본이 ‘준비를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동명은 “선수들에게 한일전이란 예민한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경기는 현지시각으로 오전 9시에 시작됐다. 선수들은 새벽 5시30분에 기상해 식사한 뒤 경기장으로 향했다. 일부 선수들은 이른 스케줄 탓에 다소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전국체전 등이 아니면 오전 9시에 시작되는 핸드볼 경기가 없다. 다만 일본은 컵대회 등에서 아침 경기를 치러 왔다는 점이 이날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과의 무승부가 큰 충격은 아니라는 반응도 있다. 애초 대한핸드볼협회는 한국과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 일본 이란 6개국의 각축전을 예상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한국을 꺾었던 카타르는 오히려 예전보다 ‘한번 해 볼 만한 상대’가 됐다고 한다. 객관적인 전력상 아시아 최강으로 꼽혀 오던 카타르는 귀화 선수들이 대거 빠진 탓에 예전처럼 압도적인 기량이 아니라고 한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