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는 고용 쇼크, 기준금리는 어쩌나?…딜레마 빠진 한은

입력 2018-08-18 05:00
한국은행은 지난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1.50% 수준으로 8개월째 동결했다. 그래픽=뉴시스

계속되는 고용쇼크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딜레마에 빠졌다. 돈줄을 죄기도 풀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의 고용쇼크로 인해 연내 금리인상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는 한국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가격 상승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도 연내 금리인상 의지를 내비쳐왔다.

하지만 고용 상황 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 쉽사리 인상 결정을 하기 어렵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듯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가 더 침체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고용 문제다. 이미 고용지표의 쇼크는 지난 2월부터 계속돼왔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2월~6월 10만명 전후로 움직이다가 지난달에는 5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의 부진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의 원인이 복합 작용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도 취업자가 줄었는데 최저임금 인상 정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전년 동월과 비교한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월평균 18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인 34만명에서 절반 가량 줄었다. 이마저도 실제 수치에 턱없이 못미친다. 올해 1~7월 평균 증가폭은 12만2000명에 불과하다.

8월 고용상황은 고용 참사 수준으로 평가되는 7월보다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하반기에 큰 폭의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KB증권 문정희 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제조업 부진, 개인서비스업 고용감소 등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처가 시간이 지나 아무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진의 장기화는 결국 내수부진과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여기에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이 적어지고, 기업 설비투자가 감소해 경기둔화를 더 부채질 할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당장 8월 기준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17일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채권 가격 상승)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 금리 동결에 베팅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적어도 4분기에는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지만, 장담할 수만은 없게 됐다”고 말했다.
1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5% 올랐다. 7주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고, 지난 4월 첫째 주 기록한 0.16%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자료=부동산114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들도 산적해 있다는 게 딜레마다. 우선 미국이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한·미간 금리격차가 커지면 한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글로벌 무역전쟁 등은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를 높이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할 태세다.

아파트 가격이 다시 들썩이는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7주 연속 오름폭이 확대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신얼 연구원은 “아파트 가격 상승은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