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남매를 둔 한 40대 가장의 사연입니다. 새벽같이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한 지 4년, 일 밖에 모르는 그는 며칠째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내년엔 꼭 미술학원과 태권도 도장에 보내주겠다고 7세 딸과 5세 아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면서요.
어느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아버지는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러나 다니는 회사의 경영악화로 정리해고자 명단에 오른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고 합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떠올라 눈앞이 캄캄해졌다면서 가슴 깊이 담아둔 사연을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털어놓았습니다.
부산에 살고 있다는 그는 “‘운명’이라고 해도 왜 이리 하늘은 내게 시련만 주실까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두 아이는 물론 해외여행 한번 가본 적이 없고, 비싼 백화점 옷 한 벌 사주지 못했고, 전세보증금 올려달라면 ‘어쩌지’ 걱정하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난 1월 1차와 4월 4차 정리해고는 무사히 넘겼지만 결국 3차 정리해고 대상자가 됐습니다. 늦어도 추석 직전인 9월 중순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데요. 초등학생 때 단칸방에서 오들오들 떨던 기억과 아침 6시에 눈을 떠 밤 10~11시까지 아르바이트와 공장을 다니며 하루도 쉴 틈없이 다녔던 대학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또 다시 벼랑으로 내몰리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것이 ‘내 팔자’라고 했습니다. ‘삶이 정말 쉽지 않다’면서 먼저 회사를 떠난 동료와 가족에게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좌절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이 불운한 운명의 끝을 꼭 확인하고 싶다”면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나름 손재주와 눈썰미가 있다면서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서 구직 정보와 조언을 구했는데요. 네티즌들의 응원 댓글과 정보가 담긴 쪽지가 이어졌습니다.
고용부진이 ‘쇼크’ 수준이라고 합니다. 7월 40대 취업자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만7000명 줄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5만2000명 감소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데요. 경제 주축인 40대들이 악전고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입맛에 맞는 직원을 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댓글에서도 사무와 현장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인력이 각광받고 있다고 전업을 적극 추천했습니다. 사연 주인공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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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