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아시안 게임 명목으로 오토바이 날치기까지 사살

입력 2018-08-17 14:41 수정 2018-08-17 14:48
인도네시아 군경 합동 대테러부대가 지난달 25일 자카르타 시내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을 대비해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시민들을 구해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아시안게임 성공 개최를 위해 경비 병력 10만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AP뉴시스

국제엠네스티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최지 치안 유지를 위해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까지 무차별 사살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제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과도하게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외국 선수와 선수단 관계자, 관광객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치안을 강화해왔다. 노상강도와 오토바이 날치기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총기 사용이 빈번한 편이다. 경찰이 치안을 강화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무차별 총격만 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스만 하미드 엠네스티 인도네시아 국장은 “치안을 강화한다면서 아무런 해명도 없이 전국에서 수십명에게 총격을 가하고 사살했다”며 “인권을 포기해야만 국제스포츠 행사를 주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살인은 반드시 중단돼야 하며 모든 죽음은 신속하게 조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의 공권력 행사는 지난달 3일 최고조에 달했다. 경찰은 올림픽 개최지 공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작전을 펼쳤다. 작전이 펼쳐진 열흘 동안 자카르타에서 11명, 남부 수마트라에서 3명이 사살됐고 총에 맞아 부상당한 사람도 41명에 이렀다. 경찰은 총 5000명을 체포해 700명을 기소했다.

인권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펠림 키네 휴먼라이츠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자카르타 경찰청의 행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지시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 경찰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회마저 경찰의 행동은 사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경찰은 인권단체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경찰청장은 지난달 30일 “만약 범죄자들이 체포되는 동안 경찰에게 싸움을 걸어온다면, 망설일 필요없이 그냥 발포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올해 들어 경찰에 사살된 범죄자의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늘었다.

18일부터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역대 최대 규모다. 아시아 45개국을 대표하는 선수 1만100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