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단일팀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여자농구 대표팀 ‘코리아’가 대만을 맞아 연장 접전을 펼친 끝에 아깝게 패배했다. 27개 시도해 단 2개를 적중시킨 7%의 3점슛 성공률이 아쉬웠다. 4쿼터 종료 직전 김한별이 동점골과 함께 상대의 반칙까지 이끌어냈지만 추가 자유투를 실패한 점도 뼈아팠다.
코리아는 1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 경기장에서 열린 X조 조별리그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85-87로 패했다. 주포 노숙영이 32득점, 김한별이 26득점을 올렸지만 외곽슛과 수비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막판 체력과 집중력 차원에서도 보완해야 할 점이 발견됐다. 코리아는 연장 쿼터에서 선취점을 내준 뒤 한 차례도 리드를 점하지 못했다.
코리아는 1쿼터를 23-21 우위로 마쳤지만 2쿼터에 상대의 외곽 공격을 막지 못하며 40-43으로 뒤진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코리아는 상대에게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적극적인 수비를 펼쳤다. 하지만 대만도 이번 대회를 위해 절치부심한 듯 좋은 패스워크와 정확한 슈팅 능력을 보여줬다. 상대에게 연이어 3점슛을 내주면서 코리아는 27-38, 11점차 리드를 허용하기도 했다.
조급해진 코리아는 공격에서도 다소 손발이 맞지 않았다. 속공 상황에서 장미경이 뿌린 패스는 같은 팀인 최은실의 몸에 맞고 라인 밖으로 나갔다. 3점슈터 강이슬이 마크맨을 따돌리고 3점슛 라인 밖으로 돌아 나오며 연신 손뼉을 쳤지만 공을 든 장미경이 정작 다른 곳을 보느라 패스를 주지 못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 감독은 68점차 대승을 거뒀던 인도네시아전과 달리 코트 위의 선수들을 큰 목소리로 독려했다.
코리아는 막히는 공격을 수비로 풀었다. 3쿼터부터는 상대가 공을 끌고 올라올 때부터 모든 선수가 프레싱 수비를 펼쳤다. 그러면서도 골밑에 공이 투입되면 종종 힘에 부치는 모습이 발견됐다. 테크닉이 좋은 김한별(180㎝)이 대만의 장신 센터인 바오 시레(196㎝)를 마크했지만 신장차가 컸다. 코리아의 림프로텍터 역할은 현재 김한별과 노숙영(182㎝)이 주로 맡고 있다.
북측 선수인 노숙영은 크로스오버 드리블에 이은 돌파 등 다양한 공격 기술을 선보이며 양팀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가드처럼 빠른 방향 전환에 대만의 센터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문규 감독이 “3점슛을 던지는 의외의 능력이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날은 외곽으로 나와 3점슛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만 비교적 쉬운 골밑슛을 종종 놓치는 장면이 있어 마무리의 세심함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4쿼터 종료 26.5초를 남기고 71-73으로 코리아가 뒤진 상황, 공격권은 코리아에게 있었다. 천천히 드리블하던 박혜진이 갑자기 바오 시레의 왼쪽을 파고들며 왼손 레이업을 시도했다. 허를 찌른 공격이었지만 공은 림을 돌아 나오고 말았다.
절망적인 순간 김한별이 포기하지 않고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김한별은 리바운드 후 쓰러지면서도 감각적으로 백보드를 겨냥해 공을 던졌다. 골인과 함께 휘슬, 바오 시레의 반칙까지 이끌어낸 플레이였다. 다만 김한별이 대만의 타임아웃 이후 마지막 순간의 추가 자유투까지는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돌입했다.
대만의 단신 가드 펭 스진은 2점슛 5개와 3점슛 2개 등 21득점과 8어시스트로 대만의 공격을 이끌었다. 연장 첫 득점도 펭 스진의 몫이었다. 5점차로 벌어진 상황에서 코리아는 노숙영이 잇따라 바오 앞에서 스핀무브에 이은 레이업을 성공시키며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바오 시레와 임영희가 번갈아 득점에 성공한 뒤 85-86, 대만은 볼을 돌렸다. 반칙 작전과 상대의 자유투 1구 실패로 이뤄진 85-87 상황에서 코리아의 마지막 선택은 박혜진이었다. 박혜진은 오른쪽 45도 공간에서 경기를 끝내기 위한 버저비터 3점슛을 시도했다. 림이 이 슛을 외면하면서 경기는 대만의 승리로 끝났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