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지표가 쪼그라들고 코스피 상장사 기업의 2분기 실적이 꺾이는 등 국내 경제에 경고음이 계속 울리고 있다. 특히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고용 쇼크는 ‘노동시장의 파국’ 수준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일자리 부진이 향후 소비 감소, 내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외 무역환경마저 나빠지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경제가 단기간에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정책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 쇼크 진정을 위해 단기적인 재정정책에 집중해선 안 되고, 기업의 투자 의욕을 북돋는 등 중장기적인 정책 설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지난해 7월보다 5000명 늘었다. 수치만 놓고 볼 때 2010년 1월 이후 가장 낮다. 실업자수는 7개월 연속 100만명 이상을 넘어섰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9년 10개월 연속 100만명 이상을 기록했었던 이후 처음이다. 휴가 중이었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긴급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고용동향 및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문제는 일자리 뿐만이 아니다. 국내 경제를 떠받쳐온 기업 실적이 꺾이고 있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한국거래소가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2조원, 31조원으로 1분기 대비 각각 0.66%, 6.41% 감소했다. 2분기 들어 실적 둔화 조짐이 뚜렷했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유독 낮았던 원인에는 기저효과도 한몫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부양했던 건설경기의 거품이 빠지면서 나타나는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빚내서 집사라’고 할 정도로 건설경기를 떠받쳤었는데 이는 지속 불가능했던 것”이라며 “나빠지는 흐름은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구 증가폭 둔화도 고용 쇼크의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단순히 기저효과나 인구 증가폭 둔화로 고용 부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말도 할 수 없는 숫자가 나왔다. 노동시장의 파국이라고 할 정도로 엉망진창이 된 수준”이라며 “지난해 한 달에 30만명씩 증가하다가, 올해 들어서 10만명으로 줄었고, 5000명까지 떨어진 건 정책의 실패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기저효과 등의 영향이 있지만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자영업자의 어려운 현실, 제조업 구조조정 등 안 좋은 요인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업자의 비율을 뜻하는 고용률도 1년 전과 비교하면 0.3%포인트 낮아졌다. 하락폭이 3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경제를 내다보는 심리도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0으로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았다.
여기에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터키 금융위기가 리스크로 떠올랐다. 수출 부진은 기업 설비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의 전산업 생산지수는 전달보다 0.7% 줄었다. 기업 설비투자는 4개월 연속 하향세다. 이는 2000년 9~12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 산업의 대표적 먹거리인 반도체의 호황 사이클이 꺾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출하의 선행 지표로 평가되는 미국 반도체 장비 출하액 증가율은 지난달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땜질식 대책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경제 정책을 다시 검토하고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김정식 경제학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주력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산업정책, 과학기술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일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정부 대책이 원칙에서 벗어난 ‘땜빵’ 대책들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 부족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건 민간이 해야 할 것에 재정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노동시장 생산성을 오르게 하기 위해 직업훈련 인프라를 갖춰주거나, 저출산 해결을 위한 돌봄대책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최저임금의 속도조절을 비롯해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