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잘 모른다”··· 축구 변방 한국의 서글픈 현실

입력 2018-08-17 13:52
김판곤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 축구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은 그리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감독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대부분의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은 17일 파울로 벤투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는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가 갖는 낮은 위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존에 내세웠던 차기 감독 기준과 팬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감독 선임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5일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의 격에 맞고, 월드컵 및 대륙컵 우승 또는 명문 리그 우승 경험이 있어야 한다. 협회가 제시하는 공격 축구의 철학과도 부합해야 한다”고 차기 대표팀 감독의 기준을 제시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실망했던 팬들의 기대를 한껏 높이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이에 걸맞은 감독을 데려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협회는 지난 월드컵에서 능력을 입증했거나 세계적 클럽을 이끌었던 명성 높은 감독들을 위주로 접촉했으나 쉽게 협상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들에게는 한국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도 없고 이해도도 낮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면담 시 “한국 축구는 잘 모른다. 손흥민·기성용 정도만 안다”며 준비 안 된 모습을 보인 후보도 있었다고 했다.

돈도 문제였다. 대부분의 유명 감독들은 협회가 최대한 준비할 수 있는 연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원했다. 김 위원장은 “대부분의 대리인들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연봉을 제시했다”며 “축구 중심인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야 한다면 정말 큰 (재정적인) 동기부여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2012년 포르투갈 대표팀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까지 이끌었지만 이후 다소 하향세를 겪고 있는 벤투 감독은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를 경험해서 그런지 아시아에 거부감이 없었고, 한국 대표팀을 통해 월드컵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려는 열정도 보였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 슈퍼리그에서 다소 부진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커리어나 능력적인 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감독 선임 기준을 과할 정도로 높게 잡았었다. 차기 감독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는 것도 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어 “최선을 다해 내놓은 결과니 부디 인내를 가지고 향후 결과로 평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