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보험료 2~4.5%P 오르나…2043년 수급 연령 67세 연장?

입력 2018-08-17 02:00 수정 2018-08-18 09:55

“노후 소득보장 강화가 먼저냐, 재정 안정이 우선이냐.”
국민연금 적립금이 당초 예상보다 3년(2060년→2057년) 빨리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결과’ 공청회에선 이 2가지에 초점을 맞춘 제도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이날 공청회에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3차례 재정계산 때와 달리 이번 4차 재정계산 땐 국민연금 재정 목표를 명확히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재정 목표가 불명확해 재정계산 결과에 따른 제도 개혁안 도출이 어려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같은 재정계산 결과를 놓고 보험료율 인상과 급여 수준 조정의 시급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 국민적 합의 도출에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는 국민연금 재정 구조에 대한 혼란과 국민 불신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 재정 목표를 올해부터 2088년까지 70년간 ‘적립 배율 1배’로 정했다. 적립 배율 1배는 보험료를 한 푼도 거두지 않더라도 1년치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기금이 있다는 뜻이다. 즉 최종 재정추계 연도인 2088년까지 1년치 연금 줄 수 있는 돈을 유지토록 한다는 목표다. 공청회에선 이에 따른 2가지의 ‘급여-재정 패키지’안이 제안됐다.

우선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중심축에 놓는 ‘가안’이다. 이 안은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은퇴 후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45%로 계속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였던 소득대체율은 2008년 2차 연금제도 개편때 60%로 낮춰졌고 이후 매년 0.5% 포인트씩 낮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하락하도록 설계돼 있다. 2018년 현재 소득대체율은 45%다. 생애 번 돈이 평균 100만원이라면 은퇴 후 45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얘기다. 앞으로 40%로 떨어진다면 월 40만 수준 밖에 못 받는다. ‘용돈 연금’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1안은 2028년까지 40%로 떨어지게 돼 있는 소득대체율을 45%로 재조정하는 것이다. 당장 내년에 0.5%포인트가 줄어 44.5%를 적용받게 돼 있는 걸 즉각 45%로 올리자는 것.

이렇게 되면 연금 급여액이 올라가 국민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이 강화된다. 대신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재정 충당을 위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당장 내년부터 11%로 2%포인트 올려야 한다. 또 적립 배율 1배가 흔들리는 2034년부터는 12.31%로 올리고 이후에는 5년마다 한 번씩 재정계산 시 '향후 30년간 적립 배율 1배를 달성할 수 있는' 보험료율을 찾아 계속 조정한다.
제도개선위원회는 “가안은 은퇴 연령대 집단의 적정 생활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목표 대체율을 높여 노후 소득보장의 적정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현재 적용되는 소득대체율이 45%이며 국회에는 소득대체율을 상향 조정하는 법안(정춘숙 의원, 50%로 높이는 안)이 제출돼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후세대 부담 완화 조치의 도입도 검토돼야 한다”면서 “재정 안정화 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 보험료율이 18%를 넘어서게 될 경우, 보험료율 조정 외에 일반 재정 투입이나 연금 수급 연령 조정 등 수단이 강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안’은 기금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안이다. 소득대체율을 매년 0.5%포인트씩 깎아 2028년 40%로 만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2029년까지 10년간 단계적으로 보험료를 현재의 9%에서 13.5%로 4.5%포인트 올린다(1단계 조치).

나아가 이런 보험료율 인상만으로 재정 안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기에 2030년부터 2단계 조치를 취한다. 2018년 현재 62세인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2033년 65세로 연장하는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 뒤 노인의 경제활동 상황을 감안해 추가 수급 연령 상향을 추진해 2043년 67세로 연장하는 것이다. 아울러 소득대체율에 ‘기대여명계수’를 적용해 연령이 높아질수록 연금 급여액을 깎는 방안도 함께 고려한다.

가, 나안 어느 걸 선택하더라도 보험료는 2~4.5%포인트 오르고 이후 재정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경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가 인상이 논의된다. 보험료 인상은 1998년(직장 가입자 기준)이후 20년만이다.

두 개의 안은 공통적으로 보험료를 지금 보다 더 많이 내자는 것이다. 또 연금 가입 상한 연령을 현재 60세 미만에서 앞으로 62~65세 미만으로 늦추면 보험료는 오래 내게 된다. 여기에 ‘나안’ 처럼 수급 연령이 연장되면 연금은 더 늦게 받게 된다. 한마디로 ‘보험료를 더 많이, 더 늦게 내고, 연금은 더 늦게 받는’ 상황이 올 수 있어 향후 반발과 논란이 불가피하다.

김상균(서울대 명예교수) 제도발전위원장은 “나안의 경우 1단계 보험료율 인상에 따라 국민 부담이 크고 2단계에서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등이 진행되면 국민연금 보장성 일부의 약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도발전위원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형 다층연금체계 구축’을 통해 국민연금 보장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노후 소득 보장성은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포괄하는 ‘한국형다층연금체계’ 구축을 통해 계층별 특성을 감안해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다층 노후보장체계 관점에선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국민연금과의 연계가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의 역할 조정을 위한 ‘노후소득보장위원회(가칭)’ 등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안된 제도 개선 방안들을 바탕으로 각계 이해 당사자와 국민 의견 수렴, 관련 부처 협의 등을 거쳐 9월 말까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한 뒤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류근혁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이번 연금제도발전위원회의 안은 민간 전문가들의 자문안일 뿐이며 이를 시작으로 추가 논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 최종 정부안을 만들겠다”면서 “정부 최종안도 여러 개선안 중에 하나가 될 것이며 이후 국회나 사회적논의 기구 등을 통해 수없이 수정·보완된 뒤 입법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