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원격의료, 현실화 가능할까

입력 2018-08-17 11:45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원격의료 도입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의료민영화를 재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다만 청와대는 ‘선한 기능’만 살린다면 원격진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원내대표들과의 오찬에서 “원격진료는 의료민영화로 가지 않고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벽지에 있어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들을 원격의료 하는 것은 선한 기능”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핵심 규제완화 과제인 환자와 의사 간 원격진료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격의료는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이용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은 의사-의사끼리만 허용한다. 의료인 간에 자문을 구하거나 의료 지식을 지원하는 형태다. 1990년대 초반부터 도서벽지 등 격오지 환자에 한해 시범사업만 진행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도시의 노인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시행이 검토됐지만 의사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셈이다.

다만 반발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9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의료인-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가 닷새만에 철회했다. 박 장관은 “원격의료의 물결을 타지 않으면 세계 최정상 수준의 한국 의료기술과 서비스가 세계 톱(top) 지위를 지키기 힘들 것”이라며 “초기에는 의사가 환자와 대면 진료를 하고 이후 정기적인 관리는 원격의료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 장관의 발언이 문 대통령의 공약과 다르다는 비판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원격의료를 한정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문 대통령은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의료 영리화에 해당되지 않는 범위에서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격의료가 필요한 노인 등을 대상으로 선한 의도로서 활용할 계획이라는 해명이다.

그동안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서비스발전법)은 2011년 이명박 정부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의료계가 집단휴진이라는 초강경 카드도 꺼내들었다. 의료계는 여전히 원격 의료만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의사협회 등 의료계를 상대로 선한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설득할 방침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