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상봉] “일흔 넘어서도 ‘엄마, 아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입력 2018-08-17 12:01
2014년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제19차 이산가족상봉행사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남북 이산가족이 버스 창 너머로 작별의 정을 나누고 있는 모습.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정례화 되지 않은 채 매번 100여명씩만 상봉 기회를 얻다보니 상봉 때마다 북쪽 가족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된 남쪽 가족의 안타까움이 커져간다.

김영자(74·여)씨는 오는 20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쪽에 살고 있는 이복동생과 조카를 만나러 간다. 김씨는 1980년대 처음으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받을 때부터 북쪽에 남아있는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김씨는 한 번도 상봉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이번에 기적적으로 당첨이 됐지만, 북에서 보낸 생사확인서에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부친이 이미 2002년 6월에 작고하셨다고 돼 있었다. 김씨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은 빨리 했는데, 이날까지 아버지를 못 만났고, 결국 돌아가셨다. 그때 (상봉대상자로) 선정됐으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아버지를 만나면 ‘아버지!’라고 큰 소리치고 부르고 싶었는데, 지금은 안 계신다고 한다”며 짙은 아쉬움을 삼켰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안계셨지만, 지금 나이가 돼서도 부모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부모가 되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어렸을 때 남들이 엄마, 아버지라고 부를 때 참 부러웠는데, 지금까지도 부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산가족의 고령화로 사망자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김씨처럼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릴 때마다 북쪽 가족의 사망 소식을 확인하게 되는 남쪽 이산가족도 많아지고 있다. 85세인 조성연 할머니는 생존했다면 79세였을 여동생이 올해 3월에 사망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91세인 이춘애 할머니 역시 그토록 그리워하던 남동생이 지난해 9월 86세로 사망했다는 사실에 큰 상실감을 느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없다’고 소리를 모은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은 “다른 사업과 달리 이산가족 사업은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엔 매년 4000여명씩 돌아가시기 때문에 이산가족 사업은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취재단,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