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사에서 묵었던 김경수 “법정에서 성실히 소명할 것”

입력 2018-08-17 11:07 수정 2018-08-17 11:18
<2018년08월17일 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 > '드루킹 여론조작 연루 의혹' 김경수 경남지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7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법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 지사는 전날 서울에 위치한 경남도청 서울 관사에 묵었다고 한다. 측근들은 김 지사가 시종일관 담담한 태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17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오전 10시10분 K5 승용차를 타고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모든 요구에 대해 성실히 협조하고 조사에 임해왔다”며 “오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그래왔듯 법정에서 변함없이 충실히 설명하고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지자들을 상대로는 “고맙다”고 했다.

김 지사는 2016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과 공모해 네이버 기사에 달린 댓글에 약 8000만 차례 공감수 조작을 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앞서 김씨 등 일당 6명은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공모 관계를 소명한다면 김 지사도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공모 관계를 밝힐 핵심 요소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존재를 김 지사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김 지사는 시종일관 킹크랩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특검팀은 김 지사에게 보고할 목적으로 작성된 ‘20161109 온라인 정보보고’ 문서 파일에 킹크랩에 대한 언급이 포함된 것을 토대로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본다. 김씨 일당 등은 이 문건 파일을 출력해 2016년 11월 9일 김씨 일당의 사무실인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열린 ‘킹크랩 시연회’때 김 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킹크랩의 작동 방법에 대해서도 김 지사를 상대로 시연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검팀은 김 지사가 실제 시연회를 참관하거나 킹크랩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일당의 진술과 정황만 있을 뿐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직접 승인한 물증은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김 지사 측은 “특검팀의 무리한 영장 청구”라고 반발한다. 이 같은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특검팀의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명분도 시간도 없다”며 “사실상 특검팀 수사는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전날 상경해 서울 모처에 있는 경남도 소유의 숙소에서 하루 묵은 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시종일관 담담한 태도를 유지했다고 한다. 한 여당 관계자는 “김 지사는 정치적 술수를 써온 사람이 아니다”며 “자신이 있기에 불안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영장실질심사가 종료된 뒤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지지자가 팻말과 바람개비를 들고 김 지사를 기다리고 있다. 문동성 기자

이날 김 지사가 드나든 서울중앙지법 4번 출입구 근방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지난 10일 특검팀의 2차 소환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김 지사를 한 일반인이 폭행한 사건 때문이다. 김 지사의 구속 찬반 집회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삼거리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열렸다. 구속 찬성 집회 참석자들은 ‘김경수 구속하라’ ‘국민은 특검을 믿을게요’라는 팻말을 들고 “김경수 구속”을 외쳤다.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압박하자 일부 집회 참석자들은 경찰과 몸싸움도 벌였다. 구속 반대 집회 참석자들은 노란색과 파란색 바람개비를 들고 “김경수 사랑해”를 연호했다. 이들은 ‘우리는 김경수 지사님을 믿습니다’ ‘도지사님 힘내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대부분 자발적으로 모인 지지자라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근방에는 경찰 인력 400여명이 배치됐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