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북부 제노바 고속도로 다리 붕괴 사고에 대해 EU 예산규칙을 문제삼았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부채와 적자를 제한하는 EU의 규칙 때문에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지출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며 “지출을 하려면 브뤼셀(EU 집행위원회)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이런 규칙을 따르는 게 맞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정오쯤 제노바에 있는 ‘모란디'(Morandi)’ 다리의 교각과 상판이 갑작기 붕괴하면서 일어났다. 다리의 80m 구간이 무너지면서 그 위를 달리던 차량 여러 대가 45m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사고가 안전 점검과 보수 등에 소홀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모란디 다리는 1967년 건설돼 2년 전 보수 작업을 받은 바 있다.
EU 집행위는 이탈리아 정부 측 발언에 즉각 반박했다. 크리스티안 슈파흐 EU 집행위 대변인은 “EU는 이탈리아에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권장했고, 이탈리아는 2014년부터 2020년 예산 기간 중 도로 및 철도 개발과 관련해 EU로부터 25억 유로(약 3조2000억원)을 받기로 돼 있다”며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 고속도로에 대해 85억 유로(약 10조9400억원) 지원 계획을 승인했다”고 했다.
슈파흐 대변인은 이어 “EU 회원국들은 사회기반시설 유지관리같은 특정 정책에 우선순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라며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인간적이지만 사실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EU 측에서 지난 5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탈리아 정부에 사회기반시설을 비롯한 각종 분야에 더 많은 지출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이탈리아의 도로 건설 및 유지에 대한 지출이 62% 가량 감소했다.
한편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2%로 유로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