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입 개편안 분석 ④사교육 불패 신화 계속

입력 2018-08-17 10:35
종로학원 입시 설명회에 참석해 경청하고 있는 학부모들. 사진=윤성호 기자

문재인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대입 개편 논의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수시와 정시의 적정 비율에만 매몰됐다. 미래 사회를 이끌 인재를 어떻게 뽑을지, 학부모에게 가중되는 사교육비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는 핵심 논의사항이 아니었다. 공정성을 둘러싼 ‘수시파’와 ‘정시파’의 결론 없는 입씨름만 반복됐다. 그래서 정부가 17일 확정 발표한 대입 개편안은 사교육 업체에게는 ‘가뭄에 단비’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백지화됐다. 수능 사교육의 입지를 위태롭게 했던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는데 이날 공식 폐기됐다. 또한 35% 안팎으로 정시가 유지될 예정이어서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사교육 시장을 보장 받게 됐다. 특히 서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정시 비중이 낮은 주요 대학들이 정시 비중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예정이어서 수능 사교육이 들썩일 수밖에 없다.

반수생(대학생 신분으로 대입 준비)이나 재수생을 겨냥한 사교육 시장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수능 비중 확대는 재학생보다 재수생에게 호재다. 수능은 과거부터 재수생 강세였다. EBS 연계율도 70%에서 50%로 줄였다. EBS 문항을 그대로 내지 않는 간접연계 방식도 확대하기로 했다. 수학에서 기하, 탐구에서 과학Ⅱ가 막판에 수능 과목에 포함된 점도 사교육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다. 수능 과목이 늘어나면 개발 가능한 교재와 강의 수가 많아진다. 수능 준비가 한층 까다로워졌는데 정시 비중은 올라갔다. 수능 사교육비 증가는 필연이다.

고액 입시 컨설팅이 활개칠 여건도 조성돼 있다. 입시 제도가 변하면 학생·학부모는 혼란스러워한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학부모 지갑은 사교육에 쉽게 열린다. 이번 개편안의 첫 타깃인 현재 중3 학생은 당장 고교 진학을 앞두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자사고나 외고를 가야할지 일반고를 지원할지 교육 당국은 답을 주지 않는다. 현장 교사들조차 뭐가 바뀌고 뭐가 바뀌지 않는지 헷갈릴 정도다.
내신 사교육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성취평가제(고교 내신 절대평가)도 이번 정부에선 사실상 물 건너갔다. 내신 사교육는 수시 확대와 정시 축소 기조와 맞물려 수능 사교육을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생과 학부모 고통을 줄여주는 교육 개혁의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여당의 높은 지지율, 교육 현장을 장악한 친(親)정부 교육감, 지리멸렬한 야권 등 정치적 환경은 좋았다. 4차 산업 혁명과 학령인구 감소 등 명분도 충분히 축적돼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대입 개편안은 교육 개혁과는 멀었다. 교육계 관계자는 “김상곤 교육부와 청와대 참모진은 지난 1년여 동안 수십억원의 예산을 쓰고 ‘대입은 함부로 손대지 말자’란 교훈 하나를 얻었다”며 “좌고우면하다 과거보다 퇴행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