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입 개편안 분석 ③찔끔 손댄 학생부

입력 2018-08-17 10:35
사교육을 유발하고 부모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온 소논문(R&E) 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 모든 항목에서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수상경력이나 자율동아리 항목은 당초 교육부 방침과 달리 유지하기로 했다. 수상경력은 학교나 학생의 과도한 경쟁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대입 스펙용 교내상을 남발하는 원인이었다. 교육부는 수상경력 항목 자체를 없애지 않고 대학에 적어 낼 수 있는 수상경력의 개수를 학기당 1개, 모두 6개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료: 교육부

자율동아리는 학교에서 조직한 정규 동아리가 아닌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동아리다. 이 역시 대입 스펙으로 활용되면서 사교육의 도움을 받거나 부모가 동아리 활동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일부 사교육 업체에선 자율동아리 컨설팅도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자율동아리는 학년 당 1개로 제한했다. 또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항만 기재하기로 했다. 봉사활동도 교내·외 실적을 모두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수상경력과 동아리 수를 줄이더라도 부모 스펙이 학생의 스펙으로 이어지는 근본 문제는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기재 가능한 활동의 개수를 줄였기 때문에 양질의 경험을 하기 용이한 부유층 학생에게 더 유리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학생부 위주 전형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기재(記載) 격차’ 문제도 미봉책에 그쳤다. 학생부는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내용과 질이 달라진다. 같은 활용을 해도 다른 반 선생님이 훨씬 잘 써줄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선 복불복이다. 학부모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 격렬하게 불만을 표출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교육부는 학생부 분량을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분량이 줄어들면 격차도 줄어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분량이 줄어들수록 교사 역량이 중요해질 수 있다.

자기소개서는 대필이나 허위 작성 우려 때문에 폐지하기로 했지만 대입 서류로 유지하기로 했다. 서식은 바꾼다. 학생 개성이 잘 드러나도록 질문 방식을 연구해 추후 적용키로 했다. 글자수는 기존 5000자에서 3100자 수준으로 줄어든다. 대필과 허위작성이 드러날 경우 정원 미달이더라도 반드시 탈락시키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교사추천서는 학생부를 통해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없애기로 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별로 평가기준 공개를 추진한다.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할 예정이라서 대학들이 시늉은 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지는 미지수다. 대학별 평가기준을 어설프게 공개했다가 입시 컨설팅 업체만 좋은 일 시켜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학들이 신입생의 고교 유형 정보와 지역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에 다니는 강남 지역 학생과 자사고·특목고 학생 비율이 매년 공개되는 것이다. 명문대들이 특정 계층에 쏠리지 않는 입학 전형을 운영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가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