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입 개편안 분석 ②뒤로 물린 고교 혁신

입력 2018-08-17 10:44

고교학점제는 원래 2022년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했었는데 2025년 이후로 연기됐다. 고교학점제란 대학처럼 고등학생들이 교과를 선택해 듣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교육 공약이었는데 차기 정권으로 넘긴 것이다. 교육부가 17일 내놓은 고교학점제 추진 로드맵을 보면 2018~2021년은 학점제 도입 기반 마련에 집중하는 시기다. 2022~2024년 기간에는 학점제를 부분 도입한다. 학점제에 적합하도록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일부 수정한다.

본격 시행은 2025년부터 고1을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고 모든 과목에 성취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임기가 2022년 5월 종료된다. 교육부는 정권에 따라 혹은 장관 성향에 따라 기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해왔다. 2025년은 차기 정권이 들어서고 3년이나 지난 시점이다. 교육부의 그간 행태를 보면 사실상 백지화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자료: 교육부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성취평가제는 내년 고1부터 도입한다. 하지만 고3 때 주로 배우는 ‘진로선택과목’만을 대상으로 한다. 공통과목이나 일반선택과목은 2025년 이후 장기 과제로 넘겼다. 진로선택과목만을 대상으로 한 성취평가제는 대입에서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이 내년 고1 성취평가제 도입을 “말장난”이라고 하는 이유다.

고교체제 개편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첫 단추인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부터 지지부진하다. 교육부와 진보교육감들은 자사고 등에 지원했다 떨어진 학생을 선호하지 않는 일반고에 반강제로 배정하려 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 리스크를 높여 이 학교들을 고사(枯死)시키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면서 틀어졌다. 학생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해당 법령의 효력을 본안 판결 전까지 정지시켰다. 지금은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지원했다 떨어지더라도 불이익이 크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이번 대입 개편안으로 수능의 중요도가 높아졌다. 수능에 강점을 보이는 자사고·외고·국제고로선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들 학교의 인기가 부활할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대입 정책과 고고 혁신 정책이 엇박자를 낸 것이다.

수능 과목 구조와 어긋난 고교 교육과정은 누더기가 됐다. 고교 1학년생이 배우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문·이과 통합이란 취지로 신설됐지만 수능 과목에서 빠졌다. 사회탐구 가운데 한 과목, 과학탐구 중 한 과목을 택하게 하는 방안이 고려됐던 탐구영역 또한 예전처럼 모든 선택과목 중 2개를 택하도록 했다. 인문사회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과학을,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사회를 공부한 이유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또한 새 교육과정은 인문사회·자연과학적 소양을 고루 갖춘 인재를 키우고 수업을 학생 참여형으로 바꾸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정시 비율이 높아지면서 과정 중심 평가라는 교육과정 취지가 무색해졌다. 과거처럼 학원에서 수능 공부한다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더라도 교사 통제 밖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