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2기 핵심 키워드는 ‘협치’

입력 2018-08-17 09:52 수정 2018-08-18 02:29

문재인 대통령이 본격적인 협치 행보에 돌입했다. 야당 의원의 장관 기용을 포함하는 ‘협치 내각’ 구상에 이어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도 이끌어냈다.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 등 국내 현안을 풀고, 개혁입법을 이뤄내겠다는 취지다.

우선 협치 내각 구상은 물밑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 있다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며 “국회 개혁 입법 등 야당과의 협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야당에 입각 기회를 준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정부 출범 직후에도 야권 인사 영입을 검토했지만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협치 내각을 구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 상황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11석을 추가해 총 130석의 의석수를 확보했다. 여기에 범진보 정당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을 합쳐도 과반을 간신히 만드는 수준이다. 정당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법안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하려면 국회법상 의결정족수 5분의 3(180표)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집권 2년차에 들어선 여권이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11월에 출범할 여야정 상설협의체도 문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온 사안이다. 2016년 총선 후 여소야대 및 다당제 정치 지형이 구축되면서 여야 간의 협치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3월부터 여야정 협의체 상설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지난해 5월 당선 직후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이를 제안했다.

청와대는 당시 정무라인을 통해 여야정 협의체 밑그림을 각 당에 전달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참석하는 협의체를 정례적으로 열고, 사안에 따라 국무총리나 관련부처 장관이 참석하도록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야당이 참여 대상과 운영방식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여야정 협의체 논의는 중지됐다. 청와대는 상설협의체 가동에 합의한 만큼 협치의 첫발을 떼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협치 내각이나 여야정 상설협의체 모두 넘어야할 산이 높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3일 “여야 구분 없이 좋은 인재를 발탁하자는 얘기가 여당 내부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까지 협치내각에 대한 여야간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16일 회동에서도 협치 내각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여야 간 협치 내각을 둘러싼 물밑 접촉은 있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논의까지는 진전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상설협의체도 제대로 운영될지 우려가 많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6일 문 대통령에게 “(협의체 제안을)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북한산 석탄 문제나 드루킹 특검, 국민연금 제도 개편의 혼란에 대해 대통령이 성의 있는 답변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국민연금 제도개혁 등의 사안에 대해 국민이 많이 불안해한다”며 청와대의 정책 방향과 인식차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