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에서 대치 중이던 경찰관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병대(48)씨가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받았다. 성범죄 수사를 받은 탓에 자신이 빈곤하게 됐다는 망상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16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성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성씨는 2016년 10월 오패산터널 근처에서 고(故) 김창호 경감을 사제 총기로 쏴 숨지게 했다. 앞서 시민 2명을 쇠망치로 폭행하고 착용 중이던 전자발찌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성씨에겐 정상으로 볼 수 없는 망상 장애가 있고, 범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자신의 정신적 상태를 자각하고, 남은 생애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며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 게 형벌 목적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성씨는 과거 경찰에게 성범죄 수사를 받아 자신이 경제적으로 빈곤하게 됐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망상 증세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무기징역이 나왔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법이 수호하는 최후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라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성씨는 죄책감 없이 살해를 목적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고, 시민 2명에게 상해와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남겼다”며 “경찰에게선 소중한 생명을 빼앗았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펼치며 경찰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성씨를 사형에 처해달라는 검찰 의견에 일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깊이 생각해봤지만, 사형은 궁극의 형벌로 범행이나 형벌 목적에 비춰 정당화될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엔 다소 의문이 든다”고 했다.
성씨는 이날 재판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성씨는 공판 과정에서 법관 기피신청을 하는 등 재판에 불만과 불신을 드러냈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경찰관을 살해하고 살상 무기를 소지하며 일반인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등 범행이 무겁다”며 성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