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관중석에 또 휘날린 일제 전범기

입력 2018-08-16 11:15 수정 2018-08-16 11:40
15일 밤(현지시간) 2018 UEFA 슈퍼컵 결승전 관중석에서 전범기가 나부끼고 있다. SPOTV 방송화면 캡처

광복절에 유럽 축구 무대에서 또다시 일제 전범기가 등장했다. 전범기가 등장한 곳은 15일(현지 시각) 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018년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이었다. 양 팀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컵을 놓고 싸우는 유럽 축구의 강호다. 아시아에서 역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관중석에서 전범기가 휘날리는 장면은 카메라를 타고 전 세계에 중계가 됐다.

아틀레티코 경기에서 전범기가 등장한 것이 낯설지는 않다. 이미 아틀레티코 경기에선 수차례 전범기가 등장했다. 아틀레티코의 홈 구장인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 가면 관중석에서 전범기가 나부끼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앙투안 그리즈만의 팀의 응원기를 매고 있다. AP뉴시스

아틀레티코 팬들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전범기를 반입하는 것은 아니다. 아틀레티코의 팀 컬러는 붉은색과 흰색이다. 일제 전범기의 경우 빨간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무늬로 그려져 있고, 아틀레티코의 유니폼과 응원 깃발 역시 빨간색과 흰색이 가로나 세로로 뻗어나가는 형상이 대부분이다. 팀 컬러가 비슷한 전범기의 관중석 반입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틀레티코 팬들을 비롯한 유럽 축구팬 상당수가 일제 전범기와 독일 나치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의 동일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전범기는 제국주의의 광풍이 몰아쳤던 20세기 초반 일본의 침략전쟁을 상징하는 깃발이다. 이 깃발은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침략 피해를 입은 아시아 주변국과 미국 영국 호주 등 연합국에 대한 조롱과 냉소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장내에서 정치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나치식 거수경례도 징계 사유가 된다.

아틀레티코 팬들에겐 이날 숙적 레알을 상대로 연장 승부 끝에 4대2 완승을 거두며 무척이나 행복한 밤이 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지켜봤던 한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시청자들은 기분이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뿐만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까지 일제 전범기에 대한 확실한 교육과 명확한 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