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 제자들의 발에서 불꽃이 튀었다. 와일드카드 공격수 황의조(26·감바 오사카)와 나상호(22·광주FC)는 예상대로 선발 투톱으로 나서 대승의 주인공이 됐다.
김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바레인을 6대 0으로 물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던 것은 단연 황의조의 활약이었다. 황의조는 뒤늦게 합류하는 해외파 선수들의 공백을 메워야한다는 이유로 세 장의 와일드카드 중 한명으로 선발됐다. 김 감독과 황의조는 과거 성남FC에서 감독과 간판 공격수로 함께 발을 맞춘 바 있다.
그때의 인연을 바탕으로 김 감독이 의도적으로 병역 혜택을 선물해주기 위해 황의조를 발탁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팽배했다. 황의조는 대회 시작부터 ‘인맥 축구’라는 논란 속에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들과 먼저 싸워왔다. 도 넘은 비난에 본인 역시 마음이 무거울 터였다.
하지만 황의조는 실력으로 자신을 향한 냉소에 확실하게 응답했다. 일본 J리그에서 이번 시즌 9골을 몰아쳤던 쾌조의 골 감각은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전히 빛났다. 바레인은 수비라인을 잔뜩 끌어내린 후 시종일관 퍼붓는 한국의 공격에 맞지만 황의조에게 3골을 내주고 말았다. 역시 황의조는 김 감독의 가장 자신 있는 패였다.
황의조의 파트너로 나선 나상호 역시 맹활약했다. 나상호는 지난해 광주FC에서 김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성장했다. 이후 이번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11골을 몰아치고 득점 선두를 달리며 김 감독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후방에서 꾸준히 침투하며 녹슬지 않는 감각을 보여줬다. 전반 41분엔 직접 득점까지 기록하며 국제 대회 경험이 없다는 우려를 모두 불식시켰다.
전반에만 5골을 몰아치며 상대의 추격의지를 꺾은 한국은 후반전엔 한껏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 13분 황의조와 황인범을 불러들이고 유럽에서 돌아온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와 황희찬(22·잘츠부르크)를 투입해 다양한 공격루트 찾기에 나섰다. 황의조는 교체돼 들어오며 김 감독의 손을 잡고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황희찬 역시 후반 추가시간 이승우가 만들어낸 프리킥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에 꽂아 넣으며 김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황의조는 “이제 첫 경기를 했다. 골을 넣었지만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답인 것 같다”며 남은 경기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17일 말레이시아와 2차전, 20일 키르키스스탄과의 3차전을 앞두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