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아, 날 살려라...”
도축장에 들어가려다 탈출한 소가 한동안 도심 한복판을 뛰어다니다가 경차와 80대 노인을 들이받고 결국 마취총에 무릎을 꿇었다.
15일 오전 9시20분쯤 광주광산경찰서와 광산소방서에는 운수동 한 고교 주변 4차선 도로에 소 1마리가 출몰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짧은 생을 마감해야 된다는 현실을 직감한 소가 30여분간 실려온 트럭에서 도축장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쇼생크 탈출’을 감행한 것.
도축장에서 빠져나오는 대 성공한 소는 모 고교와 광산경찰서 주변도로를 활보하다가 주행 중인 경차와 행인 전모(87)할아버지를 들이받는 생애 마지막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전 할아버니가 쇄골과 무릎에 부상을 당해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신고를 받고 10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소를 주변 밭으로 유인해 마취총을 쐈다. ‘실탄’을 대신한 마취제 성분에 굴복한 소는 해방의 자유를 맛본지 40여분 만인 이날 오전 10시 12분쯤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고 불행하게도 다시 포획되는 신세가 됐다.
광주 광산소방서 관계자는 “생을 마쳐야 한다는 운명을 직감한 소가 운수동 도축장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인명피해가 우려돼 포획한 뒤 주인에게 인계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걸음아, 날 살려라” 도축장 끌려가던 소 탈출해 도심에서 경차와 노인 들이받아
입력 2018-08-16 08:32 수정 2018-08-16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