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조심하세요’ 리라화 폭락… 터키 내 명품점 장사진

입력 2018-08-15 22:40
환전하려는 터키 여성들. 뉴시스

터키 리라화 화폐가치가 폭락하면서 터키 쇼핑몰을 향한 해외 쇼핑객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버버리’등 명품 직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현지 명품 판매점에는 외국인의 줄이 길게 늘어선 진풍경이 연출됐다.

연합뉴스는 15일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 인근 쇼핑몰의 명품 판매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님이 드문 평일 낮 시간 대에도 루이비통, 불가리 등 명품 판매점 앞에는 물건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현지 판매점들은 뒤늦게 시간당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자체 환율을 적용하거나 외화로 제품을 판매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외부에서는 리라화 가치 변화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지인들은 경제 분야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해당 사태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는 화폐 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한 ‘사재기’가 일부 있고, 환전소 이용만이 늘었을 뿐 일상에서 큰 분위기 변화를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리라화 화폐가치 하락은 터키인들과 현지 교민 등은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리라화로 급여를 받는 경우 급락한 화폐가치로 인해 하락분만큼 지갑이 얇아지는 효과를 그대로 맞기 때문이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한국 기업들도 화폐 가치 하락으로 마진 없이 상품을 팔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리라화 급락은 미국과 터키 간 분쟁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과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동맹국이지만, 2016년 10월 터키 정부에서 미국인 목사인 앤드루 브런슨을 장기 구금해 갈등이 불거졌다. 터키 측은 앤드류 브런슨이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고 간첩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터키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 불참하고, 시리아 사태에 대한 미국의 해법을 반대하는 등 외교적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외교적 갈등은 곧 경제적 갈등으로도 번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압박하며 터키 장관 2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고, 지난 10일에는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기존보다 2배 인상한 각각 50%, 20%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해당 내용을 밝히자, 기존에도 민간기업 부채와 경상수지 적자로 약세를 보이던 리라화는 달러화에 대한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쇼핑객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지만, 쇼핑 열풍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 최대 배송대행지 업체인 몰테일의 관계자는 “해외 직구의 목적은 국내보다 저렴하게 사는 데 있는데, 배송 중 파손이나 분실 정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업체를 통하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관·부가세를 따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는데 최종 가격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