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제공동체, 성공회 주교좌성당에서 평화 화해 위한 기도회 열어

입력 2018-08-15 20:18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소나기가 쏟아지던 15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주성식 신부) 안에선 아름다운 떼제 성가가 흘러나왔다. 이날 저녁 떼제공동체 알로이스 뢰저(64) 원장수사는 기독 청년들과 함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일치 기도회를 열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평화와 화해의 기운이 감도는 한반도에서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기독교와 천주교 청년 200여명은 성당에 함께 모여 친교했다. 외국인과 수녀도 여럿 이곳을 찾았다. 주보와 SNS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한 성공회 성도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들은 함께 바이올린과 기타 연주에 맞춰 ‘주님을 찬양하라’와 ‘주님 정의가 꽃피는 세상’ 등 성가를 불렀다.

어두운 성당 안을 제단 위 놓인 촛불이 밝혔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킬 것”(요 14:23)이라는 말씀이 봉독됐다. 찬양이 끝나자 모든 성도는 두 눈 감아 묵상했다. 10분쯤 정적이 흘렀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뢰저 수사도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기도했다. 함께 촛불을 나눠 들고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며 다시 찬송가를 불렀다.

뢰저 수사는 “우리는 화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고 있다”며 “물론 깊은 상처도 있기에 쉽지 않음을 알지만 그럴수록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떼제공동체는 1940년 프랑스의 작은 마을 떼제에서 개신교 수사였던 브라더 로제가 남성들과 함께 정착하며 설립됐다. 기독교와 천주교 등 교파에 구애받지 않고 모인 200여명이 그리스도의 화해와 일치를 추구하며 함께 살고 있다. 공동체는 지난 8일부터 5일간 홍콩에서 화해와 신뢰를 위한 국제 청년 모임을 개최했다. 한국인 100여명을 포함해 50개국 2500여명이 함께 한 이 모임에선 하루 3차례 기도와 성경 묵상, 나눔을 함께 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