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베이스를 훔친 선수는 해태 타이거즈 소속이던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이다. 1994년 84개다. 2위는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전준호로 1993년 75개 도루를 기록했다. 3위와 4위도 각각 이종범(73개 ·93년), 전준호(69개·95년) 몫이다. 전준호는 통산 도루 갯수도 550개로 통합 1위다. 전설의 도루왕 김일권을 이은 2세대 도루왕들이었다.
이후로는 두산 베어스와 롯데 소속이던 정수근, KT 위즈 이대형, KIA 타이거즈 김주찬 등이 도루왕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2015년 이후에는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의 독무대다. 3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다. 박해민은 2015년 60도루, 2016년 52도루, 지난해 40도루를 기록했다.
박해민이 역대 5번째 5년 연속 30도루 달성을 눈앞에 뒀다. 올 시즌 27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박해민은 이용규(한화 이글스), 로저 버나디나(KIA 타이거즈)와 함께 도루 부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박해민의 통산 도루 성공률은 80.5%이기에 30도루는 쉽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도루가 줄어도 너무 줄었다는 점이다. 14일 현재 20개 이상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5명에 불과하다. 처음 30개대 도루왕이 탄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부상 방지 차원이라고 하지만 너무 몸을 사린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도루는 단순히 한 베이스를 더 진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상대 팀의 수비를 흐트려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공격 루트다. 과거 한 번에 두 베이스를 훔치며 그라운드를 휘젓던 대도들의 모습이 재현되길 기대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