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3·1운동 중심엔 기독인들이 있었다

입력 2018-08-15 13:00 수정 2018-08-15 13:11
2019년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당시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된 1919년 3·1운동은 경기도 지역에도 확산돼 그해 5월 말까지 25개 지역에서 만세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3.1운동 당시의 행정구역.

경기도는 3·1운동의 산실이었다. 이때 집회 횟수는 303회, 참가인원은 6만8100여명으로 기록됐다. 격렬했던 시위의 양상만큼 일제 탄압도 잔혹해 사망자 1,469명, 부상자 2,677명, 체포 인원수가 4,220여명에 이르렀다. 당시 경기도 민중의 독립의지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만세 운동을 이끈 사람들 가운데엔 제암리교회 이천읍교회 오천교회 등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관장 한동인)은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준비하는 뜻에서 오는 23일부터 12월 30일까지 경기도 이천시 대평로 박물관 3층 특별전시실에서 ‘경기·이천 기독교 1919'라는 제목의 기획전시회를 개최한다.

한동인 관장은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이천을 중심으로 수원 양평 등 경기도에서 진행된 3·1운동의 기독교 인물과 역사를 살펴보고,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회”라고 취지를 밝혔다.

전시는 ‘3·1운동의 역사 시대적 배경' ‘한국교회와 기독교 3·1운동의 의의' ‘경기도의 3·1운동과 기독교' ‘이천의 기독교 3·1운동과 인물들' ‘3·1운동에 미친 기독교의 영향과 변천' 5부로 소개된다.
‘3·1운동체험기(친필수기)’ -1919년 3·1운동 기간인 3월 5일 학생연합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당시 이병주 연희전문학교 학생회장의 옥중 체험기이다. 한국기독겨역사박물관 제공

당시 이병주 연희전문학교 학생회장이 친필로 쓴 ‘3·1운동 체험기'(사진)를 비롯해 일제가 민족저항의 의지를 꺾기 위해 조선에 세워 운용했던 ‘조선형무소 사진첩(1924)' 등 실물자료 40여점과 초기 기독교회사 사진자료 100여점이 전시된다.

경기도 중에서 수원군은 전국에서 가장 치열하게 만세 운동이 전개된 곳이다. 특히 제암리교회 사건은 3·1운동 기간에 일어난 일본의 만행과 우리 민족이 받은 수난의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그 중심엔 교회가 있었다.


이천 만세운동은 신둔면 일대와 마장면, 모가면, 백사면, 청미면, 대월면, 부발면을 중심으로 발발했다. 경기도 만세 운동이 3월 초에 시작된 것과는 달리 이천에선 3월 말부터 4월 초순에 걸쳐 지역 곳곳에서 전개됐다. 3월 30일 마장면을 중심으로 100여명의 군중이 만세를 불렀는데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기독교인, 천도교인 등 종교계 인물과 지식인, 학생이 주축이 돼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1919년 4월 2일 이천 장날을 기해 장꾼이 법석대는 가운데 문건식이 준비한 태극기를 들고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3월 29일 읍내교회당에 모이기로 했다가 거사가 중단됐으며 4월 2일 밤 이천읍 만세운동으로 21세의 함규성이 태형을 선고받았다. 3·1기미독립선언에 가담한 김세환 목사와 친분이 있던 이강우 이천교회 목사는 이천읍 시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외에도 이천과 여주, 양평 등에서 더 발굴돼야 할 기독교 3·1운동의 이야기가 산재해있다.


이인수 학예연구실장은 “이천시 도자예술과 접목시킨 체험학습 프로그램인 ‘도판에 새긴 민족사랑, 나라사랑' 행사와 3·1운동 당시 사용한 태극기를 목판에 탁본해서 만드는 태극기 만들기 행사도 진행된다”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고 교회학교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관장은 “민족운동의 아픔과 함께 한 교회와 기독교 지도자의 숭고한 역사와 정치적 가치를 대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이천의 3·1운동을 이끈 기독교인들]


*구연영(1864~1907)- 이천읍교회 전도사로 ‘기독교구국회’를 결성, 전도와 애국 계몽활동을 함.
*구정서(1882~1907)- 이천읍교회 전도사, 아버지 구연영과 함께 ‘기독교구국회’ 결성과 항일활동의 중심 인물로 활약함.
*장춘명- 이천지역 최초의 신자, 권서인으로 활동하며 기독교구국회 운동 전개.
*한창섭- 오천교회 개척, 이천군 출신 최초의 목회자로 일제에 대항해 봉기한 의병대 이천수창의소에 가입함.
*이강우(1877~1945)- 이천읍교회 담임목사, 이천지역 3·1운동을 주도함.
*김세환(1889~1945)- 삼일여학교를 설립, 감리교측 대표로 3·1운동 준비에 참여, 경기도와 충청도의 만세시위를 주도함.
*이하영(1870~1952)- 수원지방 초대전도사, 3·1운동에 적극 가담해 옥고를 치름.
*전덕기(1875~1914)- 이천 출생한 상동교회 목사, 공옥학교와 상동청년학교 설립 및 105인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름.
*임면수(1874~1930)- 삼일학교 교감, 만주에서 독립군 양성과 신흥무관학교 경영에 참여, 옥고로 별세.
*박동완(1885~1941)- 양평 태생 목사로 기독신보사 주필, 신간회 창립.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