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기자의 캡션] “주님, 억울한 호소를 들을 자가 없나이다”

입력 2018-08-15 10:16 수정 2018-08-15 10:24

1935년 일제는 ‘조선나예방령’을 발령, 전국 부랑 나환자(한센씨병 환자) 검거에 나서 이들을 소록도에 수용했다.

소록도병원 원장에게는 ‘조선총독부나환자요양소 환자징계검속규정’이라는 막강한 권한이 있었다. 이를 근거로 한센씨병 환자들은 재판 받을 자유마저 박탈 당한 채 신체적 자유가 유린됐다.

일제는 관리 규정에 위배되면 환자들을 가차없이 이곳 감금실로 집어 넣고 고문과 강제 수술 등을 자행했다. ‘마루타’ 실험과 같은 비인도적 행위도 이뤄졌다.

‘아무죄 없어도 불문곡직하고 가두어 놓고/ 왜 말까지 못하게 하고 밥까지 안주느냐/ 억울한 호소는 들을 자가 없으니/ 무릎 꿇고 주께 호소하기를/ 주의 말씀에 따라 내가 참아야 될 줄 아옵니다/ …목매달아 죽으려 했지만/내 주의 위로하시는 은혜로/ 참고 살아온 것을 주께 감사하나이다…’(감금됐던 김정균의 詩 일부)

이 감금실 사진은 2004년 5월에 찍은 것이다. 지금은 근대등록문화재이다. 일제강점기 국권 잃은 백성의 상처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상처의 추억’이 되는 듯하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