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영아 숨지게 한 보육교사, 정부 보조금 1억원 빼돌려

입력 2018-08-15 09:30
생후 11개월 된 영아에게 이불을 덮고 짓눌러 사망하게 한 혐의(아동학대 치사)로 긴급체포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씨. 뉴시스

11개월 영아에게 이불을 씌우고 올라타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보육교사가 정부 보조금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다. 원장과 쌍둥이 자매인 이 보육교사는 14일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강서구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59)씨를 아동학대치사·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씨의 쌍둥이 자매인 이 어린이집 원장과 또 다른 보육교사 김모(46)씨는 아동학대치사 방조·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구속기소된 김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12시33분쯤 태어난 지 11개월 된 A군에게 이불을 씌운 뒤 올라타 온힘을 다해 눌렀다. 영아를 빨리 재우고 쉬기 위해서였다는 게 김씨 해명이다. 김씨는 A군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6분 동안 꽉 껴안은 뒤 위에서 8초간 눌러 A군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복리후생비와 처우개선비 등 정부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약 5년치 정부보조금(2013년 9월~2018년 7월) 1억원가량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실제 근무 시간보다 긴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검찰은 A군이 사망 뒤 약 3시간 동안 방치된 점을 미심쩍게 여겨 해당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근무체계를 들여다보다가 이런 정황을 포착했다.

실제로 김씨는 근무시간이 들쭉날쭉했고 담임 보육교사를 겸한 원장 김씨는 근무 중 헬스클럽 등에 가는 등 외출이 잦았다. 다른 보육교사 김씨는 하루 5시간씩 일하면서 김씨 자매의 보육일지를 대신 작성하느라 영아를 제대로 돌보지 못 했다.


또 다른 아동학대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과 경찰이 어린이집 CC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김씨는 A군 뿐 아니라 지난해 4월~지난 2월 사이 출생한 다른 영아 7명에게도 비슷한 학대를 저질렀다. 검찰은 지난달 4~18일 김씨가 A군을 포함한 8명에게 24차례나 이 같은 방식으로 학대했다고 보고 있다.

CCTV에는 원장 김씨와 다른 보육교사 김씨는 이런 상황을 목격하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 모습도 담겨있다고 전해졌다. 원장 김씨는 지난해 4월 출생한 영아의 다리를 붙잡고 거꾸로 들어 올렸다가 내팽개치기도 했다. 김씨는 “잘못된 방법인 것은 알았지만 죽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대 건수는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집의 지난달 CCTV 화면을 분석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강서경찰서는 1~6월 CCTV 자료도 살피고 있다. 경찰은 추가 범행이 발견되면 별도로 입건할 방침이다.

강서구청은 해당 어린이집을 폐원 조치할 방침이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20년 동안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영유아를 보육하는 어린이집에 대해 담당 구청과 아동보호기관이 적극적으로 CCTV 영상을 점검해야 한다”며 “보육교사들의 과중한 업무가 아동학대와 방임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므로 원장·담임교사 겸임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